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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포용적 성장’ 성공하려면 노동생산성 향상 힘써야

  • 입력 : 2018.10.29 10:01:41
지난 석 달여 동안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프레임이 ‘소득주도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바뀌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정책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고용 상황을 악화시키고 영세 자영업자 반발만 초래했다. 정부로서도 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게 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이들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통해 감싸는 것’으로 정의했다. “속도나 방법에 있어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성장은 큰 틀에서 맥락이 같다”고 에둘러 표현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말에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포용적 성장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UN을 비롯해 OECD, IMF, 세계은행, ADB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10년 이상 논의가 진전됐다. 일단 포용적 성장이 기회와 분배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맞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향후 10년간 세계를 위협할 요소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꼽았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이 중요해진 근본적인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 방식을 통해서는 성장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 속도’뿐 아니라 ‘성장 패턴’이 함께 고려되는 포용적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성장이 빈곤 감축에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을 전제로 성장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어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기회를 공평하게 갖고, 성장을 통한 경제적 혜택이 사회 전체 구성원들에게 공정한 규칙에 따라 분배돼야 한다는 것이 포용적 성장의 핵심이다.

세계은행의 ‘What is Inclusive Growth?(2009)’라는 보고서에서는 포용적 성장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지적을 했다.

첫째, 포용적 성장이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소득의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포용적 성장은 ‘빈곤층 친화적인 성장(pro-poor growth)’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 의미의 빈곤층 친화적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예를 들어 1) 사회 전체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6%지만 빈곤층의 소득 증가율은 4%에 그친 경우와 2) 사회 전체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2%지만 빈곤층의 소득 증가율은 3%인 경우를 보면, 전자가 후자에 비해 소득 양극화는 심화되지만 빈곤층의 절대소득은 더 증가한다. 빈곤 감축이 정책 목표라면 1)과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둘째, 포용적 성장은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부 역할은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탈락한 사람, 기업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시장에 개입해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포용적 성장은 소득 재분배보다는 ‘생산적인 고용’에 초점을 맞춘다. 정부는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규제와 불공정한 관행을 개혁하고 저소득층 교육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지적은 정부가 포용적 성장을 추진해나갈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내용이다. ‘무늬만 포용 성장’으로 포장한다고 포용적 성장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포용적 성장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포용 없이 성장이 이뤄지기 어렵고 성장 없이 포용성이 강화될 수도 없다는 인식 아래 이에 부합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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