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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BOND] 하락장에 돈 더 몰린 패시브 펀드-변동성 장에 단타매매 급증…대세로 떠올라

  • 류지민 기자
  • 입력 : 2018.10.29 11:05:16
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찬바람이 부는 펀드 시장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패시브 펀드 설정액이 사상 처음으로 액티브 펀드를 넘어선 것.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 25일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357개 패시브(인덱스) 펀드의 설정액은 26조2606억원을 기록해 액티브 펀드 전체 설정액 24조4896억원을 넘어섰다. 10월 들어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패시브 펀드에 1조8208억원(9월 26~10월 25일)의 뭉칫돈이 쏟아져 들어온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펀드에서는 741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사상 처음으로 패시브 펀드의 설정액 규모가 액티브 펀드를 뛰어넘었다.

패시브 펀드 성장은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번 결과는 그 이상의 충격을 줬다. 통상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횡보하거나 하락장일 때는 능력 있는 펀드매니저가 오를 만한 종목을 잘 골라 투자하면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액티브 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상승장에서는 지수 상승에 따른 수익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내고 누릴 수 있는 패시브 펀드가 낫다는 것이 운용업계의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실제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은 올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각각 -15.11%와 -18.58%로 액티브 펀드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이런 통념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액티브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싼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액티브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로 갈아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낙폭이 컸던 10월 한 달간 펀드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늘어난 상위 30개 펀드는 모두 인덱스 펀드와 ETF 등 패시브 유형의 펀드가 차지했다. 코스닥150지수의 2배만큼 수익을 내는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ETF’에는 10월 들어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몰렸다. 전체 펀드상품 중 자금 유입 규모가 가장 컸다. 코스피 상승률의 2배만큼 수익을 내는 ‘삼성KODEX레버리지 ETF’와 코스피200에 연동하는 ‘미래에셋TIGER200 ETF’에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사상 최초로 액티브 설정액 넘어서

10월 한 달간 2조원 가까운 돈 몰려

싼 수수료·단기 대응 욕구 맞물려

패시브 펀드 선호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달라진 인식도 자리한다. 기존에 패시브 투자는 지수를 추종하는 수동적인 투자 전략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패시브 펀드를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10월 들어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패시브 펀드에 자금이 몰린 것도 증시가 저점이라고 판단한 개인들이 반등을 노리고 역추세 매매에 패시브 펀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들은 매니저에게 가만히 돈을 맡겨 두는 것을 오히려 더 수동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 올 초만 해도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가 하반기 강세장을 외쳤으나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도 불신을 키웠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상황이 전개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투자자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패시브 펀드의 낮은 수수료가 단기 시황 대응을 하고 싶은 투자자들 욕구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ETF의 평균 총보수는 연 0.3~0.5% 수준으로 평균 1~1.5%인 액티브 펀드에 비해 3배 이상 저렴하다.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액티브 펀드와 달리 패시브 펀드가 단타매매를 통해 손실을 줄이거나 차익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언제든 특정 시점에 매매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종가 매매만 가능한 액티브 펀드와 달리 특정 시점에 매매가 가능한 ETF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부 액티브 펀드의 저조한 성과는 패시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지난 2017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한 헤지펀드와 100만달러를 건 수익률 대결에서 패시브 펀드에 베팅해 완승을 거뒀다. 투자상품이 복잡해지고 변동성이 커질수록 액티브가 패시브 펀드의 수익률을 뛰어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 운용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중소형주나 배당주 펀드같이 매니저의 운용 특성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품이라 해도 일반 투자자가 사전에 이를 미리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김후정 애널리스트는 “액티브 펀드는 투자자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살펴보기 어려운 구조다. 그동안 액티브 펀드 운용 성과에 실망이 컸던 투자자들 사이에 차라리 지수 추종 상품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만큼 패시브 선호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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