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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REPORT] 트럼프 압박에도 통화긴축 강행하겠다는 연준-12월 금리 올리고 내년에도 세 차례 인상

  • 장용승 기자
  • 입력 : 2018.10.29 11:16: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계속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연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미국 경제 확장세를 주춤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하지만 연준은 정치적인 입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라고 강조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도입한 ‘제로금리’ 정책을 이제는 접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10월 17일 공개된 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대체로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이 지속적 경기 확장, 강한 고용 시장, 중장기적으로 2%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연준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은 지난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75~2%에서 2~2.25%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 조치다. 연준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12월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내년에는 세 차례, 2020년에는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회의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상 불만 표출에 대해 “정치적인 요인은 (금리 결정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번 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의 독립적인 통화정책 의지가 재확인된 셈이다.

▶FOMC “정치적 요인 고려 안 해”

의사록은 “점진적 인상 기조가 경기를 급작스럽게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아래에서 머물게 할 수 있는 ‘너무 빠른 통화긴축의 위험’과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이상의 위험에 빠뜨리고 금융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너무 완만한 대응의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사록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실수하고 있다. 너무 긴축적이다. 난 연준이 미쳤다고 본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지만 연준은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하게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이 중앙은행의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이는 솔직히 정당한(legitimate) 걱정”이라고 두둔

했다.

1987년부터 무려 18년 넘게 연준을 이끌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파월 의장에게 “연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귀마개를 끼고 그냥 듣지 않으면 된다”고 조언했을 정도다.

한편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투자은행 간 전망이 엇갈린다. 올해 연준의 1회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투자은행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지만 내년 인상 횟수에 대해서는 1~4회로 예상이 다르다. 뉴욕사무소가 16개 주요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내년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 ▲모건스탠리,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HSBC, 소시에테제네랄, 노무라 등 6곳이 2회 인상 ▲골드만삭스, JP모건, 도이치방크, 바클레이즈, RBC 등 5곳이 4회 인상 ▲UBS,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TD 등 4곳이 3회 인상 ▲BNP파리바 1회 인상 등으로 나타났다.

4회 인상을 예상하는 기관들은 경기가 내년에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연준 전망보다 더 빠르게 과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응해 연준이 중립금리 이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비해 2회 인상을 예상하는 기관들은 내년 중반에는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연준이 중립금리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sc20max@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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