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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NOW] 호황이라지만 속앓이하는 日 외식업계-인력난에 인건비 ‘쑥’…실적은 적자투성이

  • 정욱 기자
  • 입력 : 2018.10.29 11:17:24
요시노야, 호토모토, 도토루, 가스토, 코코이치방, DDHD, 링거헛, 히타카야.

일본을 다녀간 한국인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일본의 대형 식당 체인 이름이다. 올 회계연도 상반기(3월 결산으로 상반기는 4~9월) 이들 기업에 한 가지 공통점이 생겼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모든 기업의 순익은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3일까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업체 중 최대 기업인 요시노야홀딩스를 보자. 요시노야를 운영하는 요시노야홀딩스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1003억엔(약 1조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지만 순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순익 적자는 8년 만이다. 회사 측은 상·하반기 한 해 실적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요시노야홀딩스는 지난해까지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며 성장해왔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12억4800만엔)보다 19.4%나 증가한 14억9100만엔을 기록했을 정도다.

일본 대형 외식업체들의 순익 감소는 일본 내수 업체가 직면한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이 사상 최고 순익을 2년 연속 경신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직장인 임금이 상승하는 낙수효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일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올해 평균 총액 기준 3%가량 임금이 올

랐다.

임금이 소폭 오르기는 했다지만 불안감은 남아 있다. 건강보험을 비롯한 각종 지출이 늘고 있는 데다 내년 10월부터는 소비세 인상(8% → 10%)도 예정돼 있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 소비 행태 변화에 민감한 외식업체들이 이런 변화를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업이익률이 0.8% 수준인 상황에서 매출 감소까지 용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공격적인 출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197개 매장을 운영하던 요시노야홀딩스는 올해 안에 점포를 88개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또 다른 걸림돌이 남아 있다. 인력 부족 문제다. 기존 매장도 유지하면서 신규 매장을 늘려가야 하는데 일할 사람 구하기가 날로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구직활동 중인 사람 1명당 가능한 일자리 수를 뜻하는 유효구인배율은 지난 7월 전 업종 기준 평균 1.42배다. 일자리 수보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더 적다는 의미다. 외식업계 현실은 더 각박하다. 음식물 조리, 접객 점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유효구인배율은 각각 3.21배, 3.93배까지 높아진다. 구인업체 리크루트는 “일할 사람이 워낙 부족한 데다 스마트폰 앱만으로도 얼마든지 급여 조건 등을 비교할 수 있어 이직이 늘고 기업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 구직자 1명당 일자리 3개

인력난에 음식점 시급 1000엔 시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평균 임금도 급등했다. 리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역 음식점 아르바이트 시급은 지난 8월 1000엔을 넘어섰다.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 1000엔을 돌파했다. 요시노야홀딩스 사례만 보더라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올 상반기 기준)에 달한다. 15년 전에 비해 12%포인트나 오르며 판관비 비중이 커졌다. 이 판관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다. 요시노야홀딩스 측은 “인건비 비중이 날로 높아져 다른 비용 절감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직이 늘다 보니 기업마다 교육 비용이 함께 증가하고 이직을 막으려, 혹은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 처우 개선에 드는 비용도 늘고 있다. 일례로 패밀리레스토랑인 사이제리아는 최근 직원 유니폼을 세련된 디자인으로 개량하는가 하면 직원이 청소하기 쉽도록 화장실 변기까지 신형으로 바꿨다. 사이제리아 측에서는 “일하기 힘든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인력을 구할 수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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