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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alk] 영화 ‘완벽한 타인’ 이서진 | “정말 능청스런 바람둥이 나도 내 모습보고 놀랐죠”

  • 한현정 기자
  • 입력 : 2018.10.29 11:20:34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서진(47)은 예상만큼 쿨했다. 가식이 없고 진중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하루에 무려 20개 정도의 약을 챙겨 먹는다며 체력 저하 때문에 연애도 못 하겠다는 고백으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위트가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비밀이 많은 꽃중년 유부남으로 분한 그는 개인적으로는 로맨스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능청스러운 바람둥이 캐릭터가 특별히 마음에 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 인물만은 아니기를 바랐단다. 그렇다고 변화에 대한 부담감이나 배우로서의 욕심이 컸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왜, 무려 13년 만의 복귀작으로 ‘완벽한 타인’을 택했을까.

그다운 심플하고도 명확한 답변이 돌아왔다. “감독과 배우들이 좋았다”는 이서진은 “그간 해왔던 단조로운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색깔인 데다 멀티 캐스팅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고 했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감독,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고도 남을 좋은 배우들을 보니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우리 영화에 한 명쯤 가벼운 인물이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저였어요. 문제의 중심에 있지만 정작 본인은 별생각 없이 상황을 즐기는 시한폭탄 같은 캐릭터예요. 이런 역할을 제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감독님이) 예능을 통해 본 제 모습, 새롭게 알게 된 어떤 면들을 입혀보고 싶었대요. 재미있을 것 같았죠.”

영화는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 등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서진 외에도 조진웅, 김지수, 유해진, 염정아, 송하윤, 윤경호 등 7명의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촬영장 분위기가 일을 한다기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느낌이었어요. 대부분 또래인 데다 합숙까지 하다 보니 금세 친해져 나중에는 ‘우리끼리만 너무 신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완성본을 보니 당시의 분위기, 우리의 진심이 잘 녹아들어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자기 작품이 만족스럽기가 참 힘든데 이번 작품만은 모두가 좋아했죠.”

“이제는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그는 “몇 년 전이었으면 조진웅이나 유해진의 역할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어요(웃음). 이제는 아니에요. 안 해본 역할,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에 더 끌려요”라며 특유의 개구진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으로는 스케일보다 소소하지만 공감이 가는 섬세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시기를 놓치다 보니 딱 맞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죠. 그렇게 망설이기만 하다 보니 공백이 길어진 것 같아요. ‘멀티 캐스팅’이 대세인 만큼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역할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내려놔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그였다. 이서진은 “어릴 때는 솔직하고 까칠한 성격이 비호감으로만 비춰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내려놓는 법을 배우게 됐어요. 뭔가 유연해진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영석 피디와 함께한 예능 덕분에 오히려 그런 면들을 매력으로 느끼시고 친숙하고 만만하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스스로도 한결 편안해졌고 (배우로서도)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나이가 드는 게 아쉬울 때도 있지만, 배우로서는 기대되고 설레는 점도 많은 것 같아요. 이전보다 뭔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어떤 의미로든 한결 여유로워졌으니까요. 뭐든 즐기면서 도전할 수 있다는 의미죠(웃음).”

영화 ‘완벽한 타인’은 10월 31일 개봉한다.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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