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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서울 변두리 갭투자 지금도 괜찮을까…구로·중랑구 역세권 대단지 여전히 기회

  • 김경민 기자
  • 입력 : 2018.11.05 09:52:34
한동안 갭투자가 인기를 끌었지만 정부 규제, 전세가율 하락으로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사진은 갭투자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전경.

한동안 갭투자가 인기를 끌었지만 정부 규제, 전세가율 하락으로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사진은 갭투자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전경.

오랜 기간 부동산 투자 기법으로 인기를 끌어온 ‘갭투자’가 기로에 섰다. 1억~2억원가량 여윳돈으로 아파트를 갭투자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더 이상 갭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갭투자를 노리는 수요자가 적잖다. 집값이 급등한 데다 대출도 어려워 일단 전세로 거주하면서 자금을 모아 갭투자 물건을 물색하는 분위기다. 지금 갭투자를 해도 괜찮을까.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누리는 부동산 투자 방식이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매매대금을 전부 내려면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전세금을 끼고 투자하면 소액 자금으로도 얼마든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최근 1년간 갭투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투기과열지구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가운데 ‘갭투자’, 즉 보증금을 승계해 임대한 비율이 지난해 10월 21.2%에서 올 9월 56.1%까지 급등했다.

갭투자가 인기를 끈 것은 그만큼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1억원 안팎 여윳돈만 있어도 적잖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여윳돈이 부족한 이들이 갭투자를 선호해왔다. 투자금 이상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갭투자를 막기 위한 규제를 쏟아낸 데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떨어지면서 갭투자에 적신호가 켜졌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1.7%로 집계됐다. 8월(64.3%) 대비 2.6%포인트 떨어져 2014년 1월(62.1%)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한 데 비해 전셋값 상승세는 주춤해 전세가율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갭투자 성지’로 불렸던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 59㎡의 경우 매매 실거래가가 6억8000만원 안팎인 데 비해 전세금은 4억2000만원 수준에 그쳐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2억6000만원으로 벌어졌다. 한때 1억원 안팎으로 갭투자가 가능했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진 셈이다. 전세가율이 떨어질수록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벌어져 갭투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갭투자 비용 평균 2억원 넘어

덩달아 갭투자 비용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평균 갭투자 비용은 지난해 12월 1억9250만원에서 올 4월 2억3199만원으로 넉 달 새 20% 이상 올랐다. 2011년 2억5243만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별로는 서초구 갭투자 비용이 5억445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5억3479만원), 송파구(4억9026만원) 등 강남 3구 갭투자 비용이 서울 평균의 2배를 웃돌았다. 이후에도 갭투자 비용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서울 평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는 지난해 3.3㎡당 785만원에서 올해 1122만원으로 40% 이상 뛰었다.

정부 규제도 갭투자 환경을 악화시켰다. 대표적인 게 신DTI(총부채상환비율) 시행과 다주택자 전세대출 중단,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다.

올해부터 신DTI가 적용되면서 다주택자들이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받은 사람의 DTI를 산정할 경우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전액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행 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2건 이상의 원리금이 모두 반영돼 새로 받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무주택자가 갭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갭투자 수요 상당수는 다주택자들이다. 신DTI 시행으로 대출 통로가 막힌 만큼 다주택자 갭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매매뿐 아니라 전세대출도 틀어막았다. 앞으로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이 전세대출을 보증할 때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신규 보증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전세대출을 막은 것은 전세대출이 다주택자의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세로 거주하면서 여유자금으로 갭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지인들과 허위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대출을 받아 여러 주택을 저렴하게 사는 데 활용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게 됐다.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나 무주택자 역시 갭투자로 큰돈을 벌기 어려워졌다. 양도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이 강화된 때문이다.

9억원 넘는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해당 주택에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또 일시적 2주택 소유자는 2년 내 기존 집을 처분해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주택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주택 보유 기간 세금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갭투자가 인기를 끌려면 저금리 기조에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전세 수요도 늘어나야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우려에 향후 갭투자 수요는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갭투자에 나설 경우 집값,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 낭패할 우려도 크다. 주택을 팔자니 양도세 폭탄을 맞아야 하고 버티자니 전셋값 하락에 재계약할 때 전세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면서 전셋값이 떨어질 경우 전세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등 ‘역전세난’ 우려도 크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는 집값 하락 국면에서 위험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장기 투자 관점에서 대출 부담을 최소화하는 갭투자가 안전하다”는 것이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의견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갭투자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올 들어 서울 인기 지역 집값이 수억원씩 급등하면서 오로지 주택담보대출만으로는 내집마련이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대출 문턱도 높아진 만큼 일단 전셋집에 거주하면서 갭투자로 아파트를 구입한 후 입주자금을 모으는 수요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기존 대출이 막히면서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진 만큼 서울 인기 지역 갭투자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갭투자하기 좋은 단지로는 명문 학군을 갖추거나 지하철 초역세권에 위치한 아파트가 첫손에 꼽힌다.

일례로 지하철 2·7호선 대림역과 7호선 남구로역 역세권 단지인 구로한신휴플러스의 경우 전용 50㎡ 매매 실거래가가 4억2000만원, 전셋값은 3억3000만원 수준이다. 여전히 갭이 1억원도 채 안 되지만 2, 7호선 강남 출퇴근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중이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도 관심을 끈다. 전용 44㎡의 경우 매매가가 3억원 안팎, 전셋값 1억5000만원 수준으로 갭이 1억5000만원 정도 난다. 명문 초등학교로 꼽히는 원광초 학군인 데다 중계동 학원가가 가까워 향후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 매매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왕십리역에서 상계역을 잇는 동북선 경전철 수혜 단지로도 눈길을 끈다.

여전히 전세가율이 높은 중랑구(74.1%, 9월 기준) 역세권 아파트를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지하철 7호선 먹골역 역세권인 묵동자이2단지(2010년 입주)의 경우 전용 101㎡ 매매가가 6억5000만원 안팎, 전셋값이 5억2000만원 수준으로 1억원 초반대 투자가 가능하다. 3.3㎡당 매매가가 15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경기도에서는 서울과 멀지 않으면서 교통이 좋은 하남, 광명, 성남 분당신도시 일대가 갭투자하기 좋은 대표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상언 대표는 “실수요가 탄탄해 전세가가 잘 떨어지지 않고 비수기에도 거래가 많은 단지가 갭투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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