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운용업계 관계자가 전한 얘기다.
“651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 비중 축소를 공식화했다. 세계 3대 연기금이 한국 주식을 팔아 치운다고 했으니 주가 반등 불확실성이 사라진 셈이다. 외국인이 맘 놓고 공매도로 수익 낸 비결이다.”
지난 10월 31일 금융투자업계가 국민연금에 국내 주식 비중 축소 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읍소했다. 국내 주식 투자자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버팀목 역할을 해달라고 ‘SOS’를 친 셈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 축소는 안정적인 기금운용 전략”이라며 업계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국민연금이 구원투수로 나선다고 당장 주식시장이 살아나지는 않을지 모른다. 현재 폭락장은 미중 무역분쟁, 국내 주요 기업 실적 부진, 내수 경기 악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축소를 떠들고 다니는 것은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굳이 의견을 내야 한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산배분에 노력한다. 그러나 주가가 지나치게 빠진 저평가 종목 매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정도로 신호를 보냈으면 어땠을까. 현재 주가를 따져보면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의 바닥선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값 못 받는 종목이 시장에 널렸다는 얘기다. ‘저평가 종목 매수 검토’ 수준의 메시지만 던져도 외국인이 무차별 공매도 공격에 나서지 못할 것 같다. 이런 전략을 썼다면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조원 이상 손실을 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금융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여러모로 ‘하수(下手)’ 취급당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2호 (2018.11.07~11.13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