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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공시족’ 들끓자 창업 세제 지원 나선 中 “궈카오(국가공무원 고시)는 싫다”…대졸 창업 年20만명 넘어

  • 입력 : 2018.11.05 11:24:14
중국에서도 공무원은 안정된 직장을 뜻하는 ‘철밥통(鐵飯碗)’으로 간주된다. ‘궈카오(國考·국가공무원 고시)’가 치러지는 매년 10~12월에는 당연히 ‘공시’ 열풍이 뜨겁다. 2019년도 궈카오는 12월 2일 필기시험을 치른다. 지원자가 많이 몰리는 세무직 중 최대 경쟁률을 보인 곳은 국가세무국 산하 쓰촨성 청두(成都)시 세무국으로 1명 모집에 1407명이 응시했다. 연간 1만4000~2만2000명 규모 공무원을 뽑는 궈카오에 대한 응시 등록자 수는 2014년도부터 감소세를 보이다 2017년도 이후 반등세로 전환됐다. 연평균 경쟁률은 50~70 대 1을 기록한다.

궈카오 응시자의 대폭적인 감소세는 2012년 11월 시진핑 정권 출범 후 유례없는 강력한 공직자 사정 작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데 따른 결과였다.

총리급인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부총리급인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링지화 전 정협(국정자문기관) 부주석 등이 수뢰죄와 직권남용죄가 병합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 3월~2018년 3월까지 장관급 이상 101명, 국장급 이상 810명 등 총 1만3000여명의 공직자가 뇌물수수죄로 중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 전직자와 명퇴자가 크게 늘었고 죄를 지은 일부 공직자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올가미를 의식한 나머지 자살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택하기도 했다. 비리 공무원들의 연쇄적 낙마 소식이 알려지면서 궈카오 응시율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2014년도 응시자 152만4000명 중 30%는 아예 시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2017년도 이후 중국의 궈카오 열기 회복은 한 해 대학 졸업자가 무려 750만명에 달하는 현실적 구조에 기인한 것이다. 이들에게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IT 등 신흥기업, 대기업 등 양질의 직장에 취업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 때문에 보수가 낮더라도 안정적으로 정년이 보장되고 가능성과 만족도가 높은 공무원으로 선회하는 중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시 열풍이 뜨겁다. 인기 직종 경쟁률은 수백~수천 대 1을 넘어선다.

2018년도 최고 인기 직책은 중국인구계획생육(산아제한)위원회 국제협력처 주임과원직으로 2666 대 1을 기록했다. 2017년도에는 중국민주동맹 판공청 의전처 주임과원 1명 모집에 9837명이 몰렸다. 공무 접대와 회의 준비가 주업무라 단순하고 지원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연 2만명 수준의 공무원 모집으로는 청년 실업난을 해소할 수 없는 데다 한창 일할 시기인 청년층이 취업보다 수년간 궈카오에 매달리는 것은 국가 경제에 커다란 손실이라고 보기 때문에 ‘청년 창업 적극 지원’이란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015년 ‘대중창업, 만중혁신’ 정책을 내건 이후 창업과 소기업을 위한 투자, 세제 혜택 등 다각적 정책적 지원으로 매년 60만명이 창업에 나서면서 중국은 창업 천국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대학생 창업도 활발하다. 2011년 1.6%에 불과했던 대학 졸업 직후 창업률이 2017년 3%로 증가했고 창업자는 20만명을 초과했다.

고용쇼크에 직면한 우리나라도 공무원 쏠림 현상이 전 사회적 분위기가 돼 있다. 공시족 급증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하는 연간 17조143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현대경제연구원)도 있는 만큼 청년 창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 등 시급한 대책 마련이 긴요해 보인다.

[문유근 매일경제 중국연구소 전문위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2호 (2018.11.07~1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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