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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 800㎞ 산티아고 길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고서령 기자
입력 : 
2018-10-29 04:01:02
수정 : 
2018-10-29 0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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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이 끝난 곳에서 삶은 다시 시작된다

걷거나 말·자전거 타도
14세기와 똑같은 완주증서

대성당 바라보며 기도…
산티아고 광장엔 기쁨 넘쳐
사진설명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 그들은 길 위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 혹은 버리고 싶은 걸까.
먼 옛날, 대서양과 맞닿은 이베리아반도 서부는 '세상의 끝'으로 여겨졌다.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던 사람들이 살았던 땅. 그 미지의 세계를 향해 용기 있게 탐험을 떠났던 사람들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산티아고 광장 바닥에 새겨진 가리비를 밟고 서 있다. 순례길 5㎞마다 새겨진 이 가리비를 나침반 삼아 걷고 또 걸었을 순례자들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이곳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다. 유럽 각지에서 시작되는 수많은 갈래의 순례길이 모두 여기에서 끝난다.

"날씨가 좋은 6~9월에는 하루 평균 2000명의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합니다. 연평균으로는 하루 800명 정도가 도착하고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버킷리스트로 꼽는 건 한국인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 많은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 혹은 버리고 싶은 걸까. 과거엔 모두가 종교적인 이유로 순례길을 걸었을지 몰라도 오늘날 그 길을 걷는 이들에겐 다양한 이유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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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걷거나, 말을 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말을 타는 경우 최소 100㎞, 자전거를 타는 경우 최소 200㎞를 완주하면 14세기의 것과 똑같은 완주 증서를 받을 수 있다. 순례자 여권이라 불리는 '크레덴시알(Credencial)'에 하루 2개의 스탬프(그날의 순례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를 찍으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 되는데, 보통 4~5일 걸리는 코스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100㎞ 거리에 사리아(Sarria)라는 도시가 있어요. 산티아고 순례자의 90%가 이곳에서 출발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가이드가 덧붙여 설명했다. 증서에는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걸었는지는 표기되지 않는다. 3000㎞를 걸어온 사람과 100㎞를 걸어온 사람, 3일 만에 완주한 사람과 한 달이 걸린 사람 모두 같은 문서를 받는다. 산티아고 대성당 도서관에는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자들의 이름과 완주 증서를 받은 날짜가 전부 기록돼 있다.

그날 산티아고 광장에선 이제 막 순례길을 완주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취감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단체 티셔츠를 입고 시끌벅적하게 순례길 완주를 축하하는 무리, 행복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는 커플, 무언의 기도를 하듯 먹먹한 눈동자로 산티아고 대성당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청년까지. 세계 각지에서 찾아 온 순례자들이 풀어놓은 수많은 이야기가 산티아고 광장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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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지에서 시작된 수갈래의 순례길은 모두 이곳,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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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포르투까지 한번에 가는 기차는 없다. 비고(Vigo)에서 1회 경유해야 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비고까지는 1시간20분, 비고에서 포르투까지는 2시간20분이 소요된다. 그 밖에 포르투~코임브라는 1시간, 코임브라~리스본은 1시간40분, 리스본~신트라는 40분이 각각 소요된다.

※취재협조=유레일, 포르투갈관광청

[스페인·포르투갈 = 고서령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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