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특수' 사라졌다…원자재 구매 부담 느는데 물건은 안 팔려

<强달러 쇼크에 산업계 비상>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겹쳐 글로벌 수요도 둔감
가격경쟁력 생겨도 화학, 철강, 가전 판매 부진
원자재 가격만 오르고 재고 쌓이면 기업 부담↑
금리인상에 고환율..외화부채 부담에 투자 철회도
  • 등록 2022-07-18 오후 6:55:26

    수정 2022-07-18 오후 9:27:43

[이데일리 김상윤 박민 이다원 기자] 화학·소재업체인 A사는 아직도 하반기 경영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 연초 전망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상황에 직면해서다. 인플레이션으로 가뜩이나 원자재가격이 올랐는데 환율 상승에 부담은 더 커졌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대금이 그만큼 늘 수 있는 효과도 있었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물건도 팔리지 않는다. A사 관계사는 “환율이 1100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빠르게 치솟았다”면서 “인플레이션에 더해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값은 치솟았지만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면서 물건은 팔리지 않고 있어 재고 부담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화학, 철강, 가전 고환율 특수 적어져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웃돌면서 화학, 철강, 가전 등 산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고환율에 따른 부품 비용은 더욱 커졌고 글로벌 수요가 주춤하면서 제품판매도 동시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가 쌓일수록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석유화학업종은 당장 2분기 ‘실적 쇼크’가 예상된다. 지난해만 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올해는 주력 제품 수요 감소가 이어진 상황에서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 나프타 수입 가격은 더 올라 마진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실제 원재료인 나프타 수입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정작 이를 이용해 생산·판매하는 에틸렌 가격은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 통상 업계에서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과 나프타의 가격 차이)의 손익분기점(BEP)을 t당 300달러로 보고 있지만 지난 15일 기준 108.25달러에 그치고 있다. 에틸렌이 제값에 충분히 팔리지 않으니 환율 상승효과를 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철강업계 상황은 더욱 어렵다. 석유화학의 순수출(수출액-수입액/총산출액) 비율이 14.5% 정도이지만 철강업계는 1.3%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 원재료를 달러로 사들인다는 점에서 석유화학업계와 마찬가지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5.9% 증가한 23조원으로 분기별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되레 4.5% 줄어들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생산량 감소로 매출이 느는 반사이익을 봤지만 원가 상승분은 판매가에 모두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수요 위축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수출시장 다변화와 해외 판매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승승장구했지만 가전제품 부문은 ‘울상’이다. 달러화로 원자재를 구입하고 판매하는 반도체부문과 달리, 가전제품은 달러화로 원재료를 산 뒤 베트남 등에서는 현지화로 판매한다. 환율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비, 물류비에 더해 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원가 상승 부담이 더 커진 건 사실”이라며 “세트업체는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환율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수출가격에 전가하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고조 상황에서 과거처럼 수출량이 늘지 않으니 ‘환율 특수’를 노리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리인상에 고환율까지…투자 철회도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조7000억원을 투자하려던 미국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단독공장 설립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원료비, 인건비 등 인플레이션으로 공장 설립 비용이 증가해 투자비를 늘려야 하는데다 애초 계획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까 우려돼서다. 환율 상승에 따른 차입금 부담도 일부 있었다. 올 1분기말 LG에너지솔루션의 달러부채는 4조3064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6.2%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도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을 설립한다. 물론 삼성전자는 투자금액은 전부 현지 법인서 달러화로 조달하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각종 세제 인센티브 혜택을 담은 미 반도체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상황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기업이 투자를 유보하거나 최악의 경우 철회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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