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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웃돌면서 화학, 철강, 가전 등 산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고환율에 따른 부품 비용은 더욱 커졌고 글로벌 수요가 주춤하면서 제품판매도 동시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가 쌓일수록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석유화학업종은 당장 2분기 ‘실적 쇼크’가 예상된다. 지난해만 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올해는 주력 제품 수요 감소가 이어진 상황에서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 나프타 수입 가격은 더 올라 마진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실제 원재료인 나프타 수입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정작 이를 이용해 생산·판매하는 에틸렌 가격은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 통상 업계에서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과 나프타의 가격 차이)의 손익분기점(BEP)을 t당 300달러로 보고 있지만 지난 15일 기준 108.25달러에 그치고 있다. 에틸렌이 제값에 충분히 팔리지 않으니 환율 상승효과를 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5.9% 증가한 23조원으로 분기별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되레 4.5% 줄어들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생산량 감소로 매출이 느는 반사이익을 봤지만 원가 상승분은 판매가에 모두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수요 위축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수출시장 다변화와 해외 판매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수출가격에 전가하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고조 상황에서 과거처럼 수출량이 늘지 않으니 ‘환율 특수’를 노리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리인상에 고환율까지…투자 철회도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도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을 설립한다. 물론 삼성전자는 투자금액은 전부 현지 법인서 달러화로 조달하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각종 세제 인센티브 혜택을 담은 미 반도체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상황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기업이 투자를 유보하거나 최악의 경우 철회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