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인도장' 공은 임시국회로…에스엠·엔타스 “입국장면세점 살려 달라”

인천국제공항 수화물 수취구역에 설치된 엔타스 입국장 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수화물 수취구역에 설치된 엔타스 입국장 면세점

입국장 인도장 신설 근거가 담긴 관세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중견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가 임시국회로 넘어가긴 했지만 여야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법안 통과가 유력한 상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는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면세점 유관기관과 국회에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될 경우 입국장면세점 특허 조기반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에스엠면세점은 입장문에서 “입국장 인도장 도입은 중소중견업체를 대기업과의 직접적인 출혈경쟁 속으로 몰아넣는 행위”라며 “이는 입국장 면세점의 경영위기를 초래해 특허반납을 앞당기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엔타스듀티프리 역시 “면세시장에서 대기업의 과점은 심화되고, 중소중견사업자는 도태될 것”이라며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한 뒤 입국장 인도장을 통해 재반입할 경우 내수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국장 인도장 설치시 매출 타격으로 인한 입점 브랜드 퇴점, 일자리 불안, 특허 반납 등의 이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항변이다. 올해 5월말부터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은 오픈 첫 달인 6월 53억6200만원에서 10월 49억1200만원으로 되려 8.4% 감소했다. 당초 예상한 월매출 80억원 수준에 절반에 그친다.

이들 업체는 한국조제재정연구원이 입국장 인도장 도입과 관련해 기재부와 국회 조세소위원회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이 같은 부정적 측면이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보고서에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으로 대기업 면세점 집중화가 현재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언급됐다.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서 대기업 매출 점유율은 92.2%에 달한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5.1%, 공기업 2.7%에 그쳤다. 보고서는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된 상황에서 인도장이 함께 도입된다면 현재 에스엠·엔타스 매출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경영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를 봐도 활성화된 입국장 면세점과 달리 입국장 인도장은 극히 제한된 상태로 운영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입국장 인도장을 운영하는 국가는 중국과 홍콩,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태국은 수완나폼공항 등 9곳에서 입국장 인도장을 운영 중으로, 출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만 인도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시내·인터넷면세점서 구매한 면세품은 입국장 인도장에서 수령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총매출의 2% 수준으로 이용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호주·뉴질랜드는 인터넷면세점서 구매한 상품을 입국장 인도장에서 수령 가능하지만, 입국장 면세점내 픽업데스크 형태로 소규모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입국장 인도장 도입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조제재정연구원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1%가 입국장 인도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관세법 개정안 역시 여행객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 설치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국장에 인도장이 신설되면 여행객은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서 구매한 면세품을 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하는 번거로움 없이 귀국할 때 찾아갈 수 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