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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렌즈타고 한국여행] 한글의 아름다움에…발길을 멈춰선 그곳

입력 : 
2019-12-09 04:01:03
수정 : 
2019-12-10 14: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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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우연히 만난 하우메 플렌자의 조형작품. 한글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Diego Mariottini / Shutterstock]
"안녕하세요! 캄사합니다." 처음엔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나고 자란 내게 한글이란 글자와 그가 가진 발음은 너무나도 새로운 것이었다. 지금이야 발음이 좋다는 칭찬을 곧잘 듣곤 하나, 아직 한참 부족하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타워가 있는 잠실은 이미 서울을 찾는 사진가들 사이에 명소로 알려져 있다. 셔터스톡에 서울을 검색하면 스톡 사진만으로도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니 달리 설명이 필요 없다.

이번 여행은 운이 굉장히 좋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공공미술 작가 하우메 플렌자(Jaume Plensa)의 조형 작품을 이곳, 서울에서 눈앞에 마주하다니. '가능성(Possibilities)'이란 이름을 지닌 작품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한글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두 눈을 사로잡혀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인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또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롯데타워 전망대 위에서 서울의 낮과 밤 모습을 렌즈에 담기에 여념 없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로, 발 아래 저만치 자동차가 개미처럼 작아 보이는 하늘 위 높은 곳을 서성이며 오늘은 무엇을 사진에 담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상대적으로 이곳은 한겨울에도 사무치듯 추운 바람이 불지 않는 듯하다. 사람이 만드는 따뜻한 기류가 흐르기 때문일까.

그덕분에 볼은 차갑지만, 외투 안 가슴 한편은 따뜻하다. 낭만이 가득한 호수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 법한 곳은 모두 가본다.

해가 모습을 감출 무렵, 차분함을 되찾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호수 건너편 끝을 향했다. 구도를 잡고 잠시 주위를 살펴본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 저 멀리 놀이동산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며 사람들의 따스한 웃음소리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호수의 모습. 이 도시와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것을 아는지 호수에 비친 불빛이 밝게 빛을 내며 인사를 건넨다. 차오(Ciao), 안녕!

※ 취재 협조 = 셔터스톡

[디에고 마리오티니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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