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운이 굉장히 좋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공공미술 작가 하우메 플렌자(Jaume Plensa)의 조형 작품을 이곳, 서울에서 눈앞에 마주하다니. '가능성(Possibilities)'이란 이름을 지닌 작품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한글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두 눈을 사로잡혀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인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또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롯데타워 전망대 위에서 서울의 낮과 밤 모습을 렌즈에 담기에 여념 없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로, 발 아래 저만치 자동차가 개미처럼 작아 보이는 하늘 위 높은 곳을 서성이며 오늘은 무엇을 사진에 담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상대적으로 이곳은 한겨울에도 사무치듯 추운 바람이 불지 않는 듯하다. 사람이 만드는 따뜻한 기류가 흐르기 때문일까.
그덕분에 볼은 차갑지만, 외투 안 가슴 한편은 따뜻하다. 낭만이 가득한 호수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 법한 곳은 모두 가본다.
해가 모습을 감출 무렵, 차분함을 되찾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호수 건너편 끝을 향했다. 구도를 잡고 잠시 주위를 살펴본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 저 멀리 놀이동산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며 사람들의 따스한 웃음소리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호수의 모습. 이 도시와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것을 아는지 호수에 비친 불빛이 밝게 빛을 내며 인사를 건넨다. 차오(Ciao), 안녕!
※ 취재 협조 = 셔터스톡
[디에고 마리오티니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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