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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지구 반대편서 찾은 삶의 여유 멜버른

홍지연 기자
입력 : 
2019-12-09 04:01:04
수정 : 
2019-12-09 09: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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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서 필요없는 세 가지
두꺼운 외투, 미세먼지 마스크
그리고 `빨리`라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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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힘들다. 춥기도 추운데, 언젠가부터 미세먼지와도 싸워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지만 피할 방도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행기 티켓을 사서 남반구로 떠나는 거다. 지구상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청정 지역 호주 멜버른은 지금 막 찬란한 여름이 시작됐다. 왜 하필 멜버른이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로 접근성을 이야기하겠다. 올겨울 아시아나항공이 한시적으로 직항 항공기를 띄워 다른 때보다 편하게 갈 수 있다. 경유 편은 최소 14시간 걸리는데, 직항을 타면 10시간30분으로 단축된다. 마음이 혹한 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수식어 때문이었다. 영국 조사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매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발표하는데, 멜버른은 2011년부터 7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2019년엔 2위에 올랐는데, 1위 오스트리아 빈에 겨우 0.7점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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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의 매력은 은근함이에요. 보면 볼수록 예쁘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 가치를 알 수 있죠. 빅토리아풍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의 조화가 무척 아름다워요." 시드니에서 이주해 현재 10년째 멜버른에 살고 있다는 가이드 샘이 말했다. 멜버른 역사는 1835년에 시작된다. 그저 그런 도시에서 출발한 멜버른은 1850년 금광이 발견되면서 대박을 맞는다. 때는 미국 서부에서 골드러시가 끝나 갈 즈음, 한번 금 맛을 본 사람들은 소식을 듣고 호주로 몰려들었다. 도시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멜버른으로 모였고, 그 돈으로 길을 넓히고 으리으리한 건물을 세워 도시를 정비했다. 샘에게 정말 멜버른이 살기 좋은지를 물었다. 샘은 "실제로 살아보면 확실히 안다. 치안, 교육, 생활수준 등 객관적인 지표 말고 삶 자체가 여유롭다"고 말했다. 삶의 여유, 처음엔 모호했지만 그 의미를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유 넘치는 멜버른 라이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평일 오후 3시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풍경이었다. 한 블록을 차지하는 도서관 규모보다 더 놀라운 건 그 넓은 열람실에 가득 들어찬 사람들이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부터 노트북PC로 과제를 하는 학생들 등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할 일에 열중했다. 5개 층을 터서 만든 웅장한 돔 열람실과 유리창을 통과한 햇살이 방사형으로 펼쳐진 책상 곳곳으로 내려앉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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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커피가 유명해진 것도 이런 라이프스타일 덕분 아닐까. 우리도 커피 참 좋아하는데, 멜버른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겠다. 전 세계를 평정한 스타벅스가 유일하게 맥을 못 추는 곳이 호주, 호주 내에서도 멜버른은 '커피 성지'로 꼽힌다. 유명 바리스타 '폴 바셋'도 이곳 출신이다. 1849년부터 형성된 유서 깊은 카페 골목 디그레이브 스트리트가 유명하지만 길을 가다 보이는 곳 아무 데나 들어가도 커피 맛은 기본 평타 이상이다. 다만 메뉴는 꼭 '롱블랙'과 '플랫화이트'로 하시길. 호주에서 탄생한 커피들이다. 오후 4시 30분이 지나자 슬금슬금 정장 차림 사람들이 거리에 모습을 보였다. 뭘까 싶었는데, 퇴근하는 사람들이랬다. 호주 사람들은 주38시간 일한다. 보통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정도 출근해 오후 5시 전까지는 전부 퇴근을 한다.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 퇴근하는 건 마치 또 다른 하루를 선물로 받은 느낌일 거다. 퇴근 후 사람들은 집으로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싱글인 사람들은 친구들을 만나 친목을 다진다. 목적은 달라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같다. 바로 야라강변이다. 강을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에서 늘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와인이나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멜버른 도심을 거의 일직선으로 통과하는 야라강은 폭은 좁아도 어딘가 힘이 느껴졌다. 강변을 따라 솟은 마천루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것 같았다. 강 남쪽 92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유레카타워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88층에 자리한 스카이 데크 전망대에서는 360도로 멜버른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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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볼거리는 따로 있다. 매주 수요일에만 열리는 빅토리아 나이트 마켓이다. 5시 '땡' 하면 '칼퇴'하는 멜버른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밤 11시까지 장사를 한다. 150년도 넘은 노천시장은 차라리 커다란 축제장이다. 온갖 음식과 디저트를 팔고 아크로바틱 공연, 발리볼 경기가 펼쳐진다. 멜버른 사람들은 빅토리아 나이트 마켓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여름이 왔음을 자축한다. ※ 취재 협조 = 호주 빅토리아 관광청·아시아나항공

[멜버른(호주)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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