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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NOW] 일본에 부는 럭비월드컵 바람…올해 日 강타한 최고 유행어는 ‘One 팀’

  • 정욱 기자
  • 입력 : 2019.12.09 13:28:19
‘하나의 팀(One Team)’.

지난 12월 2일 일본 신조어·유행어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2019 럭비월드컵 일본 대표팀의 구호다.

올해는 특히 경쟁이 치열했다. 올 5월 31년 만에 일왕이 바뀌면서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일왕의 상징성도 그렇지만 여전히 공문서 등에서 연호가 쓰이다 보니 레이와를 넘어서는 신조어란 쉽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달랐다. 소비세(부가가치세에 해당) 세율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겠다며 일본 정부가 도입한 ‘경감세율’도 신조어·유행어 대상 유력 후보였지만 럭비월드컵을 당해내지 못했다.

9월 20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 럭비월드컵에는 총 93개국이 출전한 지역 예선을 통과한 20개 국가대표팀이 참석했다. 최종 우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지만 일본 국가대표팀 역시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럭비부가 대학에서 꽤 인기가 있는 동아리일 정도로 럭비가 일본 문화에 상당히 침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럭비는 여전히 제한적인 부류의 사람에게만 인기 스포츠였다.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에서도 막상 대회 유치는 했지만 막판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전전긍긍했을 정도다. 조직위에서는 ‘4년에 한 번이 아니라 평생 한 번뿐인 럭비월드컵’이란 문구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또 일본 언론도 생소한 럭비 룰을 메인 뉴스에서 상당한 시간까지 할애해가며 설명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느라 열심이었다.

▶원팀, ‘인종 화합’에 화두 던져

일본 국가대표팀이 본선 예선 네 경기를 내리 승리하면서 기대 이상의 흥행 성공을 거뒀다. 일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치른 8강전은 평균 시청률 41.6%(순간 최고 시청률 49.1%)를 기록했다. 올해 현재까지 방송된 프로그램 중 평균 시청률 1위다. 높아진 관심 덕에 일본 경기뿐 아니라 다른 경기에서도 일본인 관객으로 객석이 꽉 찰 정도였다.

일본 국가대표팀 선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향도 불러왔다.

일본인과 외국인을 나누는 기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럭비 국가대표팀 선수가 되기 위해서 해당 국가 국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해당 국가 프로리그에서 3년 이상 뛰었거나 해당 국가 거주 기간이 10년 이상이라는 등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

이번 럭비월드컵에 출전한 일본 대표팀만 보더라도 전체 31명 중 외국 출신이 15명에 달한다. 주장은 뉴질랜드 출신(2013년 일본 귀화)의 리치 마이클 선수다. 리치 선수처럼 일본으로 귀화한 선수(7명)를 빼더라도 8명은 순수 외국인이다. 해당 선수들의 국적도 한국(구지원 선수)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등 다양하다.

생김새부터 너무 다른 선수들이 일본 국가대표로 땀 흘리며 뛰는 모습이 많은 일본인에게 자국인과 외국인의 기준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지난 1월에는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여자 프로테니스 랭킹 1위에 오른 오사카 나오미 선수의 어눌한 일본어 역시 많은 일본인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올해는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제한적이나마 이민과 비슷한 혜택이 가능한 제도를 시작했다.

한두 명의 스포츠 스타와 대형 이벤트로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 여전히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높은 장벽으로 악명 높은 나라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인, 재일교포 등에 대한 차별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인구 감소 시대 대응책으로 일본 역시 외국인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는 게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저출산 속도가 더 빠르다. 한국 역시 외국인에 대해 우호적인 국가라 보기는 힘들다. 어느새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된 외국인과의 상생·공존 방안을 한국 사회 역시 고민해야 할 때다.

[도쿄 = 정욱 특파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7호 (2019.12.11~2019.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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