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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alk] ‘동백꽃 필 무렵’으로 ‘국민 동생’이 된 오정세 | 나서기 좋아하는 ‘규태’ 실제로는 외로운 캐릭터

  • 한현정 기자
  • 입력 : 2019.12.09 13:31:02
화제작 ‘동백꽃 필 무렵’의 문제적 인물 ‘노규태’.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악동으로 완성시킨 무서운 내공의 배우, 바로 오정세(42)다. 옹산의 군수를 꿈꾸며 지역 유지를 자처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동네 찌질이. 거들먹거리며 옹산 골목을 누비는 것이 일상인 규태에게 돌아오는 건 매번 동네 사람들의 비웃음이다. 그런 그를 자세히 살펴보면 유난히 큰 목소리 외에도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흰색 바지 안 색색의 속옷, 벨트와 함께 찬 멜빵, 배꼽까지 치켜올려 입은 배바지 혹은 그의 방 한쪽 자리한 외로움에 관한 책 등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설정이 모여 노규태가 만들어졌다”고 운을 뗀 오정세는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벅차고 기분이 좋은 대본이었는데 캐릭터 역시 그랬다. 상상력으로 더 키워나가고 싶은 욕심을 마구 샘솟게 했다. 작지만 분명한 것을 모아 모아 요란하고 유난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이후 급격하게 쏠린 대중의 관심에는 “감사하고 좋다”면서도 ‘국민 남동생’ 별칭에 대해서는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웃었다. “노규태와 오정세는 정반대의 인물 같다”고 하자 “노규태는 나와 정말 안 맞는 친구”라며 수긍하기도.

“규태는 나서기를 좋아하지만 저는 나서는 것을 싫어해요. 제일 싫어하는 것이 생일 파티였으니까(웃음). 저를 중앙에 놓고 모두가 저를 보면서 ‘축하한다’고 말하면 민망스럽고 힘들어요. 칭찬이나 상도 마찬가지고요.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줄 모르겠어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오정세가 노규태를 연기하며 염두에 둔 것은 크게 두 가지. 대본에 충실하되 이 문제적 인물을 불편하지 않게 묘사하는 것이었단다. 두 번째 목표에 관해 오정세가 찾은 답은 외로움이었다고. 규태의 우스꽝스러운 빈틈, 왜곡된 감정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외로움에 관한 책이 방 안에 가득했던 것도.

“노규태는 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규태가 동백(공효진 분)이나 향미(손담비 분)에게 자꾸 가는 것은 그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외롭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죠. 애정이 부족하고 외로움을 감당하기 힘드니까. 그런 보편적인 정서를 녹여냈기에 규태를 불편하지 않게 그려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외로움으로 인해 규태가 하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작품의 주제인 ‘소소한 선의가 모여서 만드는 기적’을 촬영 현장에서 몸소 느꼈다는 그는 “동료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모여 이 작품을 만들었다”며 “우리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화면에는 나오지 않는 이들 덕분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매회 울고 웃으며 20부까지 함께 달려왔어요. 마지막 회에서는 행복한 동백이를 그려주셔서 좋았고요. 까불이(이규성 분)가 ‘내가 끝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할 때 용식이(강하늘 분)가 ‘작은 선의가 모여 기적을 만든다’고 말하는데, 진심으로 마음속에 꽂히더군요.”

그래서일까. 주변에서 ‘부럽다’는 반응이 나올 때면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너무 좋아”라고 대답했단다.

“평소에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에이, 너도 좋은 작품 하잖아’라며 불편해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행복해’라는 대답이 저절로 나오고는 했어요. 임상춘 작가가 다음 작품을 할 때 절 불러준다면 ‘행인53’ 역이어도 달려가고 싶어요. 그만큼 행복했습니다.”

올 한 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친 오정세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로 다시 한 번 드라마에 도전한다. 그는 찬사와 스포트라이트에 흔들리지 않고 평소처럼 오롯이 집중해 연기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인기는 한껏 치고 올라가다가도 금세 사라지고는 하잖아요. 배우의 인생이 운명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외부 환경에 휩쓸리거나 치우치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그저 열심히 연기하고 싶어요(웃음).”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7호 (2019.12.11~2019.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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