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미국·한국 증시 엇갈리는 2020 전망…외국계 IB “고점 논란 美 증시보다 韓에 베팅”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12.09 14:07:49
  • 최종수정 : 2019.12.09 15:38:42
내년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에 관한 국내외 증권사 전망이 서로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끈다. ‘내년 상반기는 위험자산인 주식을 매수할 때’라는 큰 시각은 서로 차이가 없다. 다만, 외국계 IB(투자은행)는 ‘내년은 미국보다 한국 주식에 베팅해야 한다’며 미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인 국내 증권가와 다소 결이 다른 시각을 내놔 이목을 끈다.



▶일제히 韓증시 띄운 외국계 IB

▷美 증시 고점 진단 속속 제기

최근 외국계 IB에서 한국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연이어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월 말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비중 유지(equal-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높였다. 내년 코스피 목표 지수로는 2350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 증권가가 제시한 내년 지수 고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아시아 신흥 시장 전략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이나 거시경제 여건 약화 등 부정적인 요인은 이미 지수에 반영됐다”며 “코스피가 그동안 부진했던 만큼 상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측면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증시 낙관론에 합류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시아-태평양 포트폴리오 전략’ 보고서에서 “오는 2020년 글로벌 경기회복과 기술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시장 비중(market 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해 -33%에서 내년 22%로 반등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분기 초 한국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시장 비중’으로 높인 데 이어 4분기에 재차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JP모건 역시 ‘신흥 시장 전망과 전략’ 보고서를 통해 내년 아시아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조언했다. 제임스 설리번 JP모건 아시아(일본 제외) 담당 책임자는 “한국은 비중을 확대할 핵심 시장 중 하나”라며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런 변화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들은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외국계 IB에서는 내년 미국 증시가 글로벌 유동성 완화의 효과를 보겠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발표한 애널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상승 흐름은 올해보다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 결과 내년 연말 기준 S&P500지수 전망치 중간값은 3260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S&P500지수 종가보다 3%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S&P500지수가 올 들어 현재까지 25%가량 상승한 것에 비춰 눈높이가 대폭 낮아진 것이다. 역시 연초보다 20% 상승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내년 연말 전망치 중간값은 2만9400으로 최근 종가 대비 4%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국내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미국 증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KB증권은 내년 자산 배분 전략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선진국 주식 22%, 한국 주식 19%, 기타 신흥국 주식 10%, 선진국 국채 5%, 신흥국 국채 5%, 한국 국채 22%, 크레디트 14%, 대체투자 4% 등으로 자산 배분의 밑그림을 그렸다. 투자 1순위는 역시 미국 주식이었다. KB증권은 “미국 주식은 2020년에도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진단했다. 경기소비재, 미디어·엔터, IT 등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던 경기 민감 업종의 이익 전망 회복이 미국 주식의 상승세를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패시브발 外人 매도 공세

▷결국 IT가 시장 방향 정할 듯

일각에서는 외국계 IB가 외국 기관투자자 자금 회수를 도우려 일제히 신흥국 증시 띄우기에 나섰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과거 바이오와 IT 등 특정 종목의 경우 외국계 IB의 뜬금없는 매도 보고서로 곤욕을 치렀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월 7일부터 12월 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1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순매도액은 4조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계 IB의 장밋빛 전망에 비춰보면 다소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매도세는 신흥국 증시 띄우기보다는 단순한 패시브발 수급 악재로 보인다는 것이 증권가 진단이다.

최근 한국 증시는 패시브 펀드가 추종하는 대표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리밸런싱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유출됐다. MSCI가 발표한 반기 리뷰 자료에서 중국A주 비율이 애초 예상(3.3%)보다 0.8%포인트 더 높은 4.1%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기업 펀더멘털을 직접 분석해 주식을 사고팔지만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는 추종 지수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 변동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를 한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기업공개(IPO)에 나서면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람코가 MSCI 신흥시장(EM)지수에 편입될 경우 사우디 비중이 늘어나면서 코스피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기계적인 리밸런싱 성격이 강할 뿐 주식을 매매하는 펀드매니저들이 한국 주식을 내다 판다고 보기 힘든 만큼 외국계 IB가 ‘표리부동’한 행보를 보인다고 따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종합하자면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예상되는 미국 증시보다는 한국 증시 전망이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단, 업종별 전망이 천차만별인 만큼 옥석은 가려야 한다.

외국계 IB와 국내 증권사가 공통적으로 낙관한 업종이 딱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반도체 등 IT 업종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갖는 종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한국 증시를 낙관한다는 외국계 IB 진단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IT 대형주 부활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실제 외국계 IB의 업종별 전망을 보면 IT에 대한 장밋빛 시각이 두드러졌다.

모건스탠리는 IT와 금융업에 대해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JP모건 역시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나 카카오와 같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 확대를 권했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가격 안정화와 D램(DRAM)·낸드(NAND) 재고 정상화, 5세대 이동통신(5G) 수요 증가 등이 코스피 기업 실적 회복을 이끌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업종 주가는 국내 증권사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가 2020년 1분기부터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봤다. 투톱은 ‘믿을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최소한 바닥을 찍었거나 바닥을 다져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가격이 회복 중인 낸드에 더해 D램 가격이 상승으로 나타난다면 본격적인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0년에는 인텔의 신규 CPU 출시, 5G 환경 조성 등으로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5G 본격 개화와 폴더블폰 시장 확대로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폴더블폰 시장 성장에 따른 IT 부품 장비산업도 기대주다. 폴더블폰은 지금처럼 한 번 접히는 ‘원폴딩’ 형태에서 여러 번 접히는 ‘멀티폴딩’, 롤러블, 스트레처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통과 중으로 2020년 우상향 가능성이 명확해 보인다”며 “추세 상승에 대비해 내년 2분기까지는 ‘바이앤드홀드’ 투자 전략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패시브발 수급 악재로 코스피 상장기업의 주가가 워낙 싸졌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다. 코스피는 올 들어 지난 11월 말까지 약 2% 오르는 데 그쳐 미국은 물론 일본의 니케이225지수(16.38%), 중국의 선전종합지수(25.65%)와 상하이종합지수(15.16%), 유로스톡스50지수(23.44%) 등 해외 주가 지수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조승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는 주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해외 증시보다 더욱 높은 투자 매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7호 (2019.12.11~2019.12.1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