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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임에서 인류 최초의 직업을 놓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의사인 참석자는 자기 직업이 가장 오래됐다고 핏대를 세웠다. 하나님이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빼서 여자로 만들었다는 성경 창세기 내용을 의료행위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건설업자가 반박했다. “그보다 앞서 세상이 혼돈하고 공허한 상태에서 천지를 만든 것이 바로 건설행위 아니오.” 그때 정치인이 소리쳤다. “모르는 소리 마시오. 태초에 세상을 혼돈에 빠뜨린 사람이 누구겠소?”

그 최초의 직업이라는 정치에 마침내 인공지능(AI)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식이다. 일본의 AI 로봇 ‘나오’는 지난주 한국의 대학 강연에서 “나도 정치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나는 인간 정치인과 달리 사리사욕이 없고 계파도 없어 중립적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할 수 있고 최적의 결과를 예측해 정책을 펼 수 있어요.” 이런 게 정치인이 지향해야 할 ‘참정치’가 아닐까.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면 완전히 거꾸로다. 여야가 바뀌면 자기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상배가 수두룩하다. 국익보다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무리이다. 매년 이맘때엔 유권자의 표심을 노리는 쪽지예산이 국회에 난무한다. 선거철이 되면 4년 주기로 이리저리 둥지를 옮겨다니는 철새들이 판을 친다. 평시에는 자기들끼리 파당을 지어 드잡이하는 일이 그들의 주특기다. 오죽했으면 정치인은 포유류도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도마뱀은 파충류, 참새는 조류, 인간은 포유류이지만 한국의 정치인은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는 별종이라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3년 전 AI 시대를 맞아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기존 일자리 717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 국내 전체 일자리의 43%에 달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직업으로 꼽은 것은 화가, 작곡가, 가수, 무용가처럼 창의성과 예술성이 필요한 분야다. 그렇다면 창의성이 전무하고 악취만 풍기는 정치인은 단연 멸종 1순위다. 가장 먼저 생긴 직업이 가장 먼저 한국에서 사라져야 할 판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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