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절반 "내년 긴축경영"
국내 기업 절반가량이 내년 긴축경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기업들이 투자 확대보다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0년 기업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47.4%가 내년 긴축경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34.1%는 현상 유지를, 18.5%는 확대경영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경총이 지난달 20~29일 회원사와 주요 기업 206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5년 말과 2016년 말 조사에선 이듬해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기업이, 2017년 말엔 현상 유지를 하겠다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 실시한 2019년 전망 조사에서 다시 긴축경영이 ‘대세’로 바뀌었다.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주로 종업원 300인 미만 기업이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절반(50.0%)도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규모가 큰 기업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움츠리는 상황”이라며 “기업인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 "내년 경영환경, 親노동정책 탓에 어려울 것"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부담


국내 기업들이 내년 긴축경영에 나서기로 한 건 현재 경기상황이 ‘장기형 불황’에 가깝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64.6%는 현재 경기상황을 장기형 불황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저점을 통과해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19.9%는 지금을 경기 저점으로, 13.1%는 아직 저점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응답 기업의 51.0%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17.1%는 1.5%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투자계획을 묻는 항목에는 39.4%가 축소라고 답했다. 투자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겠다는 기업도 13.4%에 달했다.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22.0%에 그쳤다.

내년 경영환경이 무엇 때문에 어려워질지에 관한 질문에 33.4%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노동정책을 꼽았다. 내수 부진(29.1%)과 대외 여건 불확실성(16.8%), 기업 규제 강화(10.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업들의 내년 경영실적 전망도 어두웠다. 응답 기업의 48.5%는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기업은 36.3%, 올해보다 늘 것이라는 기업은 15.2%에 그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