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사상 가장 짜릿한 ‘각본’…12월1일 울산에서

울산 | 황민국 기자

울산-포항, 6년 전과 같은 날·비슷한 상황서 1위 결정전

올해 흥행 신바람을 탄 프로축구에 36년 역사상 가장 짜릿한 각본이 나왔다.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리던 울산과 전북의 현대가 맞대결이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서 최종전에서 우승컵이 갈리는 구도가 완성됐다.

울산은 지난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A 37라운드에서 전북과 1-1로 비겼다. 선두인 울산(승점 79)은 12월1일 같은 장소에서 치르는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그런데 정작 울산의 관중석에선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마지막 상대가 하필이면 라이벌인 포항 스틸러스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포항에 앞서지만, 라이벌전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실제 올해 양팀의 라이벌전인 ‘동해안 더비’에선 울산이 1승2패로 열세다.

울산은 2013년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우승컵을 빼앗긴 악연도 있다.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으나 종료 직전 포항에 결승골을 내주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데, 이번 최종전은 6년 전 그 경기와 같은 날짜에 열릴 뿐만 아니라 상황까지 흡사하다. 당시에도 주포인 김신욱(상하이 선화)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전력 손실이 컸다. 그런데 이번엔 미드필더 믹스와 수비수 김태환이 동시에 빠지게 됐다. 그나마 포항이 우승을 노릴 수 없는 게 다행이라지만, 라이벌 의식만큼 동기 부여가 큰 것은 없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러나 울산 김도훈 감독은 악연을 거꾸로 반긴다. 그는 “과거에 연연하면 안된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은 “홈에서 총력을 다해 우승할 수 있는 날로 만들겠다. 트라우마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악연을 현장에서 경험한 울산의 ‘유이한’ 선수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수비수 강민수는 “우리 팀에선 나와 (김)승규만 직접 경험했다”라며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나온 이상 그 악몽을 딛고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 유스 출신이라 포항에 대한 대항 의식이 더욱 강한 김승규도 “분명히 6년 전 포항과의 최종전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그러나 울산의 마지막 우승이 내가 입단하기 전인 2005년이기에 이젠 우승컵을 팬들에게 안기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자력 우승이 불가능한 전북은 최종 강원전에서 승리한 뒤 포항이 울산을 잡는다면 리그 3연패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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