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포기는 없다…반드시 이 자리에 다시 서겠다”

인천 | 황민국 기자

췌장암 투병 유 감독, 병색 없이 올해 마지막 홈경기 작전 지시

상대팀 팬들도 “유상철” 연호…선취골 뒤 선수들과 ‘눈물의 포옹’

인천, 상주에 2 대 0 승…경남과 원정 경기서 1부리그 잔류 판가름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가운데)이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 37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문창진이 선제골을 넣자 팀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가운데)이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 37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문창진이 선제골을 넣자 팀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뚜벅뚜벅 걸었다. 힘찬 걸음에선 병마의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머리와 몸에 여전히 남은 빗방울에도 승장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만 가득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1부 생존경쟁.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무너질 수 있는 90분의 살얼음판을 견뎌낸 유상철 인천 감독(48)은 “포기는 없다”며 “인천은 내년에도 1부에 남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이 1부 생존의 희망가를 불렀다. 유독 안방에서 고전했으나 올해 마지막 홈경기에선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인천은 24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B 37라운드에서 상주 상무를 2-0으로 눌렀다. 이로써 인천은 7승12무18패를 기록, 승점 33점으로 1부리그 잔류의 마지노선인 10위를 지켰다.

이날 경기는 최근 췌장암 4기로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 유 감독의 올해 마지막 홈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유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유명한 지도자다.

예상치 못한 그의 투병 소식에 축구계는 소속팀과 국경을 넘어 그의 쾌유를 기원했다. 이번 주말 K리그 경기는 킥오프 전 선수와 관중은 30초간 유 감독을 위해 박수를 쳤다. 1부리그 잔류 여부와 맞물려 큰 관심을 모은 상주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한마음으로 응원한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에 인천과 상주의 팬들은 기립박수와 함께 “유상철”을 총 15번을 외쳤다. 자신을 향한 응원에 유 감독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다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다”며 “힘들 때는 내려놓고도 싶고 쉬고 싶기도 했지만 이젠 포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자신을 향한 관심을 그라운드에서 용병술로 보답했다. 경기 내내 상주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인천은 빗줄기가 거세진 후반 중반 흐름을 바꾸었다.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문창진이 후반 30분 무고사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연결해 골문에 꽂았다. 선수들은 유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고, 관중석에선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물줄기가 쏟아졌다.

기세가 오른 인천은 후반 43분에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큰 기대와 함께 올여름 영입했으나 마수걸이 골도 없었던 케힌데가 터졌다. 케힌데는 곽해성이 후방에서 연결한 패스를 공중에서 받아낸 뒤 터닝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제 남은 것은 경남 원정이 전부다. 공교롭게도 이날 11위 경남도 성남FC를 2-1로 꺾은 터라 승점 1점의 간격이 유지됐다. 최하위 제주 유나이티드는 이날 수원 삼성에 2-4로 패하면서 2부리그 강등이 결정됐다. 인천과 경남의 맞대결에 따라 1부리그 생존(10위)과 승강플레이오프를 벌이는 팀(11위)이 결정된다. 유 감독은 “마지막까지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본인의 투병도 마찬가지다. 유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내 다시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팬들에게 드리는 약속”이라고 전했다.


Today`s HOT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APC 주변에 모인 이스라엘 군인들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장학금 요구 시위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케냐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체불 시위 2024 파리 올림픽 D-100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