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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가을은 맛있다

입력 : 
2019-11-21 09:21:59
수정 : 
2019-11-22 16: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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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과 햇살이 오감지수 훅 올려주는 요즘. 농익은 가을 제철 식재료와 솜씨로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 청명한 하늘은 높기만 하고, 그 덕에 우리 입은 즐겁다.

▶숯의 향연 숯 S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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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화덕의 불 맛이 느껴진다고? 미식가라면 귀가 쫑긋한 멘트이다. 기름에 지글지글 갓 튀긴 음식이 뭐든 맛있듯 화덕의 불 향기가 더해진 음식 또한 어지간해서 맛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의 이름 ‘SOOT’, 그 의미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메뉴를 살펴보니 다양한 요리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타파스 요리 전문점이다. 대부분의 플레이트는 1만 원대로 부담 없이 이것 저것 주문하기 좋은 가격과 양이다. 생선과 닭, 양고기를 비롯한 육류 등 메인 요리는 3만 원(1인분)대. 불 맛은 메인에서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갓 구워 주는 빵에서부터 스모크 솔트로 간을 한 야채 메뉴, 스모크 케첩이 더해진 알 감자 요리(8000원), 심지어 디저트까지 은은한 스모크 향이 더해져 레스토랑만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인기 메뉴인 토마토 샐러드(1만5000원), 엔초비와 마늘 버터로 볶아낸 양송이 요리(1만4000원)는 흔한 식재료지만 여느 곳과 확실히 차별된 맛으로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들에게도 호감도가 높은 메뉴. 구운 닭고기(꼬꼬뱅 1마리 3만7000원)는 튀기지 않았음에도 기름이 쪽 빠진 바삭함에 놀랐다. 의외로 숯불에 그을려 바싹 구워 나올 것만 같았던 스테이크는 스모크 향이 더해진 부드러운 식감과 꽉 찬 육즙에 미소가 번진다. 한 잔 생각나는 맛. 식사가 아닌 2차로 한 잔 하러 들르기에도 좋겠다. 위치 강남구 도산대로 23길 7

시간 월~금 12:00~14:30, 17:00~23:00(브레이크타임 15:00~17:00), 토 15:00~23:00 *일요일 휴무]

▶환절기 재충전 두어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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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컨디션이 떨어질 때 생각나는 장어. 달콤 짭조름한 양념장어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장어는 담백한 소금구이가 아닐까. 초벌구이로 기름을 한번 제거한 후 상 위에서 다시 숯불에 구워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감칠맛이 최고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함이 가득한 통영산 장어구이(1인분 2만5000원) 한 입이면 지쳐 늘어졌던 어깨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 좋게 펴지는 느낌이랄까. 장어구이와 함께 먹기 좋을 더덕구이(1만9000원). 더덕의 향과 맛있게 매콤한 맛이 장어구이와 함께 아주 잘 어울린다. 식사로 이곳의 별미인 멍게 비빔밥과 묵은지 국수도 좋지만, 장어탕(2만 원)으로 건강 풀코스를 추천한다. 오랜 시간 고아 만든 영양 가득한 진한 국물에 깻잎과 부추를 넣고, 들깨가루, 산초가루 적당히 넣은 후 한 술 뜨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소하고 깊은 맛이 일품. 그 외 아나고회(3만9000원), 청어알 두부쌈(1만8000원) 등 신선하고 다양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위치 강남구 언주로 148길 14 시간 평일 17:00~24:00, 토·공휴일 17:00~23:00

▶몸도 마음도 따끈한 시간 더 베이커스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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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슬으슬 찬 기운이 옷깃을 파고들 때 생각나는 따끈한 수프 한 그릇. 감자, 버섯, 브로콜리 싱싱한 제철 재료로 만들어 내는 ‘더 베이커스 테이블’ 수프는 한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후 인기몰이를 한 지도 좀 지났지만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임에도 여전히 북적북적하다. 수프에는 담백한 바게트가 함께 나오는데 가볍게 한 끼로 즐기기 좋은 양이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1만 원대로 독일식 브런치를 즐길 수 있고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치킨, 햄, 등 다양한 토핑의 파니니와 샌드위치가 주 메뉴이다. 자그마한 독일 빵집을 들어온 듯 다양한 종류의 빵들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위치 용산구 녹사평대로 244-1 시간 8:30~21:00

▶원조 광양 불고기 장원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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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불고기는 다른 지역 불고기와는 달리 고기가 붉은 게 특징이다. 주문과 동시에 얇게 저민 생고기에 양념을 조물조물 묻혀 상으로 내오기 때문에 고기색이 변하지 않는 것. 고기에 양념이 깊이 들진 않지만 반대로 고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을린 불판에 얇게 편 고기를 올려 겉에 색이 갈색으로 바뀌기 시작할 때 바로 먹는 게 정답. 처음엔 아무 반찬 없이 고기만 몇 점 먹으면서 불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라고 광양 현지인은 귀띔한다. 하지만 전라도 할머니 손맛 파무침을 지나칠 수가! 파무침 위로 광양 매실장아찌 한 쪽 올려 쌈 싸 입에 넣으니 그 맛이 최고다. 1957년, 당시 시장이었던 이 자리에서 식당문을 연 지 60년이 훌쩍, 광양 사람들이 찾아가는 광양불고기 원조집이다. 가격은 1인분에 1만6000원(수입산), 2만2000원(국내산). 위치 전남 광양시 광양읍 매천로 821-5

시간 11:00~22:00

[글과 사진 최영은(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5호 (19.10.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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