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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줄면 한푼도 없다"..기업 울리는 세제혜택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4 17:43

수정 2019.11.25 09:24

현장선 미래 걸고 투자 늘리는데
정부가 꺼낸 신성장기술 세액공제
상시 근로자수 줄어들면 '탈락'
"고용 줄면 한푼도 없다"..기업 울리는 세제혜택
"정부에서는 단 한 명이라도 고용이 줄어들면 세액공제 혜택을 전혀 줄 수 없다고 한다. 구조전환이 불가피한 산업에서는 뼈를 깎는 대규모 투자와 고용유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어렵다. 사실상 '그림의 떡'에 불과한 공제혜택이다."

24일 익명을 요구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가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미래형자동차, 지능정보, 바이오·헬스 등 11개 분야의 173개 기술을 신성장동력·원천기술로 지정하고 연구개발(R&D)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업화 시설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투자 위험이 높은 미래기술에 세액공제 혜택을 줌으로써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사업화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5%,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다.

■수조원 투자해도 공제 '그림의 떡'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LG디스플레이는 신성장기술인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수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를 집행하고 있지만, 올해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까다로운 요건 때문이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R&D 비용이 매출액 대비 2% 이상, 신성장기술에 투입되는 R&D 비용이 전체 R&D 비용의 10% 이상이고 상시근로자 수가 전년도보다 감소해선 안 된다.

이 중에 상시근로자 수 유지조건이 LG디스플레이의 발목을 잡았다.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발 빠른 추격으로 LCD 시장은 포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감수하면서 미래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고용까지 유지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구조전환 과정에서 LCD사업 인력이 줄어들면서 올해도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실적도 全無…실효성 있나
지난해 신성장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 실적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0건'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는 R&D 비용이 매출액의 2%만 넘기면 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5%를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해당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건의가 이어지자 정부는 조건을 완화해줬다.

이를 통해 1000억원 이상의 공제 실적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고용 유지 조건 때문에 여전히 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세액공제 고용 조건'을 조정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의 조세정책은 기업의 투자, 그 가운데서도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시행되고 있다"면서 "고용인원을 줄이는 대기업에까지 국가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감소된 인원 1인당 1000만원씩 공제액을 차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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