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외칼럼

[테마진단] 한미일 공조 복원이 안보도전 타개 해법

입력 : 
2019-11-25 00:07:01
수정 : 
2019-11-27 09:41:50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반일(反日)에 더해 반미(反美) 민족주의가 한국을 집어삼키려는 순간 시간이 멈췄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23일 0시에 종료됐다면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동맹에도 치명상을 입혔을 것이다. 다행히 문재인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6시간을 남기고 종료 유예를 선택했다. 그러나 언제 다시 반일과 반미의 시간이 부활할지 모른다.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고, 앞으로 시간을 제대로 지배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라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올 8월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한국을 배제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정경분리 원칙을 깬 행위였다. 그러면서 마치 징용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반도체 제조 외에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불화수소의 행방을 한국이 밝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것은 한국을 안보협력 대상으로 불신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조치는 솔직하지도 적절하지도 못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일본과의 '충돌'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2018년 11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함으로써 박근혜정부 시절 어렵사리 이뤄낸 위안부 합의를 무력화했다.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즉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의 청구권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보고 일본 기업이 한국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한 판결이 내려진 이후 문재인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옹졸한'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한일 지소미아 종료로 대응한 것은 크나큰 실책이었다. 청와대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한 일본과 어떻게 민감한 군사정보를 주고받느냐"고 강변하며 "지소미아 종료와 한미동맹은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북한에 대한 억지와 방어는 물론 동북아 안정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미국은 지소미아를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연결고리(linking pin)'로 간주했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한 것은 미국의 눈에 수류탄 안전핀을 뽑은 것과 같았다. 수류탄을 던지기 전에 미국은 안전핀을 다시 꽂아 넣으라고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선언했다. 수출규제 해제를 위한 대화를 일본과 재개하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일본이 해제하도록 미국이 설득할 것으로 보고 공을 일본 쪽으로 넘긴 셈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강제징용 문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일언지하에 거절하지 않은 한국의 방안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 제안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의 해법으로 한일 기업의 기금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이 제안을 참고 삼아 일본과 물밑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그런 가운데 한·미·일 안보협력은 정상화해야 한다. 한국이 당면한 안보 도전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한·미·일 공조체제의 복원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 3위 경제대국 일본, 12위 교역국 한국이 안보협력체로 한데 뭉치면 지구상에서 이를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은 없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단단해야 한중 관계도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 주변국과 어정쩡한 거리 두기는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한다. 문재인정부가 이 점을 명심하고 대북 정책을 비롯해 주변 외교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길 바란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前 외교부 차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