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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C 대장주 ‘비보존’ 非마약성 진통제(오피란제린) 美 임상 3상 결과 발표 임박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19.11.18 14:52:36
  • 최종수정 : 2019.11.19 15:35:34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에서 바이오주 비보존이 질주를 이어간다. 올해 1월 2만5000~2만9000원대를 오르내리던 비보존 가중평균주가(K-OTC에서 종가 대신 쓰는 기준 가격)는 8월 한때 1만8000원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반등에 성공해 11월 13일 6만800원까지 올랐다.

거래액을 봐도 비보존에 쏠리는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K-OTC 시장 거래액의 31.7%인 2140억원이 비보존 거래대금이다. 올해 들어서도 대장주 자리를 유지하는 중이다. 1월부터 10월까지 전체 거래대금 약 8473억9000만원 중 2523억6000만원, 무려 29.8%를 차지한다. 11월에도 투자자 발걸음은 계속됐다. 일례로 K-OTC 거래대금이 2014년 8월 출범 이후 최고(234억9916만원)를 기록한 11월 6일, 비보존 거래대금은 219억3000만원으로 전체의 93%다.

비보존은 2008년 설립된 신약 개발 전문업체다. 고려대에서 생물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일라이릴리, 존슨앤드존슨, 암젠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근무한 이두현 대표가 설립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텔콘RF제약이 지분 23%를 보유한 대주주다. 주력 분야는 통증·중추신경계 질환 관련 약품. 한국과 미국, 캐나다에 법인을 운영 중이며 임직원은 총 55명. 이 중 42명, 즉 10명 중 8명(76%)가량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임직원 76%는 R&D 인력

K-OTC 거래액 30% 차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 12월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오피란제린은 수술 후 통증 치료제다. 정맥주사로 전신에 진통 효과를 가져다준다. 비마약성 진통제라서 모르핀과 메타돈, 펜타닐을 비롯한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심각한 문제다. 통증 완화 효과가 뛰어나 미국 수술 환자 90% 이상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지만 중독성이 있어 위험하다. 미국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국민 6만8600여명 중 5만명 가까이가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는 올해 9월 둘째 주를 ‘오피오이드 경각 주간’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세기 들어 오피오이드 사망자 수는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미국인 수와 비슷하다”며 “오피오이드와의 전쟁을 위해 기존 예산에 18억달러(약 2조15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피란제린이 상용화돼 오피오이드를 대체한다면 비보존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염진통제와 타이레놀 등 비마약성 진통제가 지금도 시장에 유통되고는 있지만 이들은 경증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어도 중증에는 제대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평가받는다.

비보존 측은 “오피란제린은 그간 복부 성형술 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약물 안전성은 물론 경증부터 중증 통증에서 진통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비보존은 향후 오피란제린을 주사제뿐 아니라 경구제(먹는 약)와 외용제(바르는 약)로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진통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5.5% 성장해 2024년 100조원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직 상용화된 약품이 없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비보존 측은 오피란제린 주사제가 임상 3상을 통과해도 실제 시장에서 판매되고 매출이 발생하려면 2022~2024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내다본다.

올해 상장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비보존은 당초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했다. 2019년 내 코스닥 시장 입성을 목표로 두고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절차를 밟았으나 지난 6월 말 기술성 평가에서 떨어졌다. 탈락 이유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비보존 파이프라인이 오피란제린 하나인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실패,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등 제약·바이오 시장에 악재가 이어져 평가기관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비보존이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둔 투자자라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한다. 오피란제린 상용화가 임박한 시점이나 상용화 직후까지 기다린 후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4호 (2019.11.20~2019.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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