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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투자한 베트남 최대 그룹 흔들? 베트남 빈그룹 국민車 도전했다 ‘진땀’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11.18 14:54:14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을 둘러싸고 평가가 엇갈린다. 빈그룹은 2001년 하노이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2019년 11월 기준 베트남 주식시장 4분의 1(시가총액 기준 23%)을 차지한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SK그룹은 올해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빈그룹 지주회사(빈그룹JSC)의 지분 6.1%를 10억달러(약 1조19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략적 제휴도 하기로 했다.

매입 주체는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5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SK동남아투자법인이다. 이로 인해 SK그룹은 빈그룹의 창업주 팜녓브엉 회장 일가에 이어 사실상 2대 주주 지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최근 국제신용평가 업체 중심으로 빈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SK그룹에도 여파가 올 수 있다. 빈그룹이 이래저래 이슈가 되는 이유다.

▶빈그룹 어떤 회사

▷매출 6조, 베트남 최대 민영 회사

빈그룹은 창업자 팜녓브엉 회장이 라면 제조업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다. 이후 부동산 개발, 유통, 호텔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70년대 한국 재벌기업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매출은 121조8940억동(약 6조2410억원)이다. 지난 3년간 매출 성장률이 45.5%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세를 구가 중이다. 공기업이 상당수인 베트남에서 빈그룹은 민영 회사로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자랑한다. 빈그룹은 지난해 ‘베트남 500대 기업(VNR500)’ 중 6위에 올랐는데 베트남 민간기업으로는 첫 10위권 진입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빈그룹의 신사업인 자동차 사업부문 ‘빈패스트’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빈그룹의 신사업인 자동차 사업부문 ‘빈패스트’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베트남 대표 회사에 무슨 일이

▷피치사 신용평가 안 하기로

해외 신용평가사가 부정적으로 보는 부분은 전통 제조업이다.

빈그룹은 2017년 BMW, GM, 보쉬 등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와 손잡고 자동차 생산 계열사 빈패스트를 설립했다. 베트남 국적 자동차를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내수용’에 그쳤던 다른 동남아 기업과 달리 수출 제조업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베트남 국민은 자국 브랜드 자동차를 적극 타겠다며 응원했다.

하이퐁에 있는 빈패스트 자동차 공장은 15억달러를 투입, 예정보다 3개월 빠른 올해 6월 중순에 공장을 준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정작 자동차가 세상에 나온 후 상황은 반전됐다.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차가웠다. 빈그룹의 첫 번째 자동차는 해외 브랜드 차량 대비 값이 싼 것도 아닌데 잔고장이 잦은 등 다양한 고객 불만이 터져 나왔다.

빈그룹은 야심 차게 첫해 26만대를 판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연말까지 이 목표를 지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신용평가가 박해졌다.

지난 9월에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가 꼽은 부정 평가 이유는 역시 자동차 사업 부채다.

실제 올해 3분기 빈그룹 공시 실적을 봐도 빈그룹의 깊은 고민이 엿보인다.

9월까지 빈그룹 매출은 92조7400억동(약 40억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주력 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에서 매출의 절반인 49조5000억동(약 21억달러)을 올렸다. 유통 사업도 순항했다. 편의점 체인인 빈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9조6400억동(약 4억1600만달러)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동차, 휴대폰 부품 등을 위시한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빈그룹 제조업 분야 매출액은 4조5000억동(약 1억9460만달러), 영업손실은 4조6900억동(약 2억240만달러)으로 매출액보다 영업손실액이 더 컸다.

S&P는 빈그룹 부채 총액이 올해 말까지 130조동(약 6조6000억원)을 넘어서고, 2020년이면 155조동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빈그룹의 자동차 사업 참여를 두고는 “막대한 초기 투자금이 들어가는 데다, 사업 초기에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는 아예 지난 7월부터 빈그룹 신용등급을 더 이상 평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VN익스프레스는 “피치가 지난해 말 빈그룹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바꾼 이후 빈그룹은 피치로부터 신용평가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뒤이어 피치는 더 이상 빈그룹 신용등급을 매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7월은 자동차 계열사 빈패스트가 첫 차를 판매한 시점이기도 하다.

대외 환경도 빈그룹 자동차 사업에 부정적이다. 베트남은 지난해부터 역내 상품 관세가 철폐됐다. 따라서 수입차 가격은 더 저렴해졌다. 빈패스트 자동차 대비 더 품질 좋은 수입차를 탈 수 있는데 굳이 베트남 고객들이 애국심 때문에 빈그룹 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다.

휴대폰 사업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스마트폰 물량의 상당수를 중국 OEM 회사로 이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제휴선이 일부 있는 빈그룹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돼 삼성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빈그룹 “우린 건재”

▷자동차 사업 부채 이미 예상

“이미 예상한 상황이다. 자동차 제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애초에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응우옌 비엣 꽝 빈그룹 부회장 겸 CEO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공식 입장이다.

SK그룹을 비롯, 베트남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도 사안은 인지하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부채가 늘어나고 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논리다.

S&P가 파악한 EV/EBITDA 비율은 2017년 3.2배, 2018년 5배, 향후 2년간 4.5~5배 수준이다. 배수가 3배면 3년 내 영업이익을 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EV/EBITDA 비율이 다소 높아진다 해도 빈그룹 성장성이 좋아 그리 걱정할 수치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로 이자보상배율을 든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으로 금융비용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1 이상이면 1년 내 이자를 갚으며 현금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는데 빈그룹의 올해 9월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6.4에 달한다.

박용대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빈그룹 관련 우려가 일부 있지만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제한 뒤 “부동산 사업 실적이 워낙 좋은 데다가 최근 유통산업에서도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 제조업에서 부진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또 현금 동원력, 현금흐름도 좋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주가 흐름도 나쁘지 않다. 빈그룹 주가는 지난해 연초 6만동 수준에서 최근 11만9000동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결국 변수는 베트남 대외 환경이다. 베트남은 올해 6월 아시아 개발도상국 중 최초로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성장 가도를 더욱 달릴 준비를 해놨다. 다만 내년 국제 경기 하강, 중국과 겹치는 산업 부문에서 더욱 치열해지는 경합 등 변수는 있다. 또 부동산 경기 과열 국면이 서서히 식어가는 시점에서 베트남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사업이 주력인 빈그룹을 계속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4호 (2019.11.20~2019.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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