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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지방 중소銀 뱅크런 사태…홍역 치르는 중국-“부실은행 마지막은 파산” 中 당국 경고

  • 김대기 기자
  • 입력 : 2019.11.18 15:11:10
지난 11월 6일 랴오닝성 잉커우 옌하이은행. 며칠 전부터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로 홍역을 치렀던 이 은행은 이날 급기야 규제당국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명의 ‘공고문’을 발표하면서 “절대 소문에 동요하지 말라”며 고객 안심시키기에 분주했다. 잉커우 옌하이은행이 신용위기에 빠졌다는 소문이 10월 말부터 빠르게 퍼지면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 조짐이 불거진 탓이다.

은행은 공고문에서 “예금 규모가 660억7000만위안에 달해 강력한 지불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당신의 예금은 국가 법률과 제도의 보장을 받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은행은 중화인민공화국 상업은행법 64조와 예금보험조례를 근거로 들었다. 상업은행법 64조에 따르면 신용위기 발생 시 인민은행이 상업은행을 관리해 예금자의 권익을 보장한다. 또 2015년 5월 1일부터 발효된 예금보험조례는 예금자가 동일 은행에 예금한 50만위안 이하 원금과 이자를 100%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고 이후 뱅크런 조짐은 다소 진정됐지만 혹시 모를 파산 가능성에 예금자들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지방 중소은행을 둘러싼 파산설이 빠르게 퍼져 해당 은행뿐 아니라 당국까지 나서서 진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5월 네이멍구 바오샹은행을 시작으로 랴오닝성 진저우은행, 산둥성 헝펑은행, 허난성 이촨은행에 이어 잉커우 옌하이은행까지 신용위기가 부각되면서 뱅크런 조짐에 시달렸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방은행들이 금융 리스크에 노출될 때마다 중국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바오샹은행을 파산시키고 1년간 경영권을 인수해 직접 관리에 들어갔다. 중국에서 은행 파산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중국 당국이 은행 리스크 관리에 개입한 이유는 아무리 규모가 작은 지방 중소은행이라도 신용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은행뿐 아니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다른 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가 떨어져 마치 도미노처럼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나비효과를 사전에 차단하지 않으면 전체 금융 시스템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투영된 조치였다.

▶올 들어 中 지방은행 5곳 파산설로 몸살

올해 들어 파산설에 휩싸였던 5개 중국 지방 중소은행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재정 여력이 떨어지는 지방에 위치한 은행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네이멍구, 랴오닝성, 산둥성 등은 중국에서 비교적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못사는 지역에 위치한 은행이라고 재무건전성이 다 취약한 것은 아니다. 다만 중국 지방정부가 지방은행과 맺고 있는 관계 탓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행적으로 지방은행은 지방정부 입김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방정부가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을 추진하거나 해당 지역 기업을 지원해주기 위한 금융정책을 내놓을 때면 지방은행이 ‘돈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지방은행은 지방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담보물을 설정하는 등 차후 대손 가능성에 대비를 한다.

문제는 지방정부 요구에 못 이겨 담보물 가치보다 많은 대출을 시행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인프라 투자 지원에 나서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상업은행 임원은 “지방정부와 지방은행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돼 있다”며 “지방정부 재정이 탄탄하면 설령 은행의 부실대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지방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정부와 은행 모두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올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파산을 신청한 중국 지방정부 수가 831곳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파산을 신청한 지방정부가 100여곳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일 년 새 8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지방은행에 이어 지방정부도 부실 위험이 커지자 중앙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은보감회는 11월 12일 “파산은 부실 은행을 관리하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방은행 부실이 심각할 경우 은행 파산을 통해 지방정부로 금융 리스크가 전이되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4호 (2019.11.20~2019.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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