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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REPORT] 탄핵 블랙홀에 빠진 美-트럼프 탄핵 찬반 시끌…사법부 판단이 변수

  • 신헌철 기자
  • 입력 : 2019.11.18 15:12: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가 공개로 전환되면서 워싱턴 정가가 ‘블랙홀’에 빠졌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지난 11월 13일(현지 시간)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다시 불러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를 열었다. 이미 지난 10월 비공개 청문회에 나와 증언했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계자들을 줄줄이 재소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비공개 청문회 녹취록도 ‘살라미’ 방식으로 하나씩 공개하면서 ‘탄핵몰이’를 본격화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9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개시를 선언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이제야 본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탄핵 조사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외국 정부를 상대로 대선 라이벌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는지다. 둘째, 이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했는가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 성사나 군사 원조 보류 등을 지렛대로 삼았는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정치용어로 ‘대가성 거래’를 의미하는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가 이번 사태의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의회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증거를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압박했는지다. 이는 사법방해죄에 해당되는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7월 말 전화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아들이 연관된 기업의 부패 의혹 조사를 요구한 것은 이미 드러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촉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보류시킨 것도 이미 대다수 증인의 입을 통해 진실에 가까워졌다.

▶하원, 우크라이나 스캔들 청문회 시작

리더십 훼손에 北비핵화 이슈는 표류

공개 청문회에서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최대 성과는 ‘퀴드 프로 쿼’를 기정사실화해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했다는 점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정도다.

막상 트럼프 대통령 행위가 명백한 탄핵 사유에 해당되는지를 놓고는 정파 간 시각차가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국민도 지지 정당에 따라 이미 탄핵 찬반이 팽팽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에 여론이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변수는 백악관이 행정특권을 이유로 핵심 자료 제출이나 증인 소환을 거부하는 데 사법부가 제동을 걸 것이냐다.

법원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의 출석을 강제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폭탄 발언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예단하기 힘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토사구팽’을 당했던 볼턴 전 보좌관이 의회에 나오면 지뢰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화당 내에 팽배하다. 공화당은 최초 내부 고발자나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 헌터 바이든을 증언대에 세워 이른바 ‘증인 물타기’를 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리 없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정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원 조사는 성탄절 직전까지 진행되고 표결은 일러야 내년 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강박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이후 러시아 스캔들부터 국경장벽 문제, 연방정부 셧다운 등 각종 위기를 단독 돌파해왔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이 지원사격을 종종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한 개보다도 화력이 약하다.

백악관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합의에 기존 관세의 잠정적 철회가 포함되는지를 놓고 우왕좌왕했다. 국무부는 부하들을 지키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 눈치만 봤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리더십이 크게 훼손되면서 조직이 엉망이 됐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잊힌 이슈가 되고 있다. 북한은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내세우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더 큰 우려는 만약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내년 초 강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화염과 분노’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4호 (2019.11.20~2019.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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