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슈퍼리치 NOW](38)슈퍼 하이엔드 오디오 ‘골드문트’ | 스위스 핸드메이드…10억 한정판 완판 행진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11.18 15:14:34
가족 중에 취미가 오디오인 사람이 있다면 한숨 나올 일이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억~’ 소리 나는 각 국가별 대표 수제 오디오가 즐비한 때문이다. 1000만원대라 하면 ‘합리적인 가격인데?’ 하는 게 바로 이 시장이다. 슈퍼리치의 취미 중 하나가 오디오인 이유다.

골드문트는 네모난 박스 스타일의 심플한 모양이 ‘누가 봐도 골드문트 디자인’임을 알 수 있게 만든다. 국내 판매사 오디오갤러리는 골드문트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게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골드문트는 네모난 박스 스타일의 심플한 모양이 ‘누가 봐도 골드문트 디자인’임을 알 수 있게 만든다. 국내 판매사 오디오갤러리는 골드문트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게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슈퍼리치 몰리는 오디오갤러리

▷스피커만 6억5000만원 “가격 불문”

오디오갤러리는 세계 정상급 오디오 골드문트를 비롯, FM어쿠스틱스, 포칼, 나임 등을 전시하고 또 한편에 최고급 청음실과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시청각실을 따로 둬 오디오 마니아를 열광케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브랜드는 골드문트다.

스위스산 명품 오디오 브랜드로 하이엔드(초고가) 오디오 중 판매량이나 금액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전 세계 통틀어 지금껏 팔린 골드문트 제품 중에는 무려 350만달러(약 39억원)짜리도 있다.

국내 공식 수입사 오디오갤러리에 따르면 국내 슈퍼리치 사이에서도 골드문트 제품이 최고 인기다. 특히 ‘아폴로그 25주년 애니버서리’란 제품은 전 세계 25세트만 한정 생산했는데 국내 배정 물량 6세트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단다. ‘아폴로그 25주년 애니버서리’는 1987년에 첫선을 보인 골드문트 역사상 최고의 역작으로 꼽히는 아폴로그의 25주년 기념 모델. 이탈리아 유명 미술가 클라우디오 로타 로리아가 디자인했고 세계 최초로 뉴욕 MoMA에 전시돼 화제가 됐다. 스피커만 6억5000만원에 소스 기기·프로세서 등을 다 하면 총 10억원에 달했지만 한국 슈퍼리치는 가격을 묻지 않았다. 오히려 뒤늦게 알고 온 고객은 ‘역작 구매를 놓쳤다’며 두고두고 한탄하기도 했다고.

어떤 점이 슈퍼리치들을 열광하게 만든 걸까. 베스트셀러 ‘격의 시대’ 저자 김진영 이화여대 교수는 “오디오는 청음, 즉 경청을 중시하는 슈퍼리치 성향이 담긴 취미생활 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한정판, 색다른 소리를 만들어내는 개성 등에 열광하는 사례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음질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전문가 평가도 뒤따른다. 영화 ‘올드보이’ ‘마당을 나온 암탉’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이지수 서울대 작곡과 교수는 “골드문트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면 상당히 다면적”이라며 “스피커는 일방향으로 서 있다 해도 들리는 음악 소리는 오케스트라의 앞 열과 뒤 열 사이의 간극까지 느껴질 정도로 거리감,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제작 관련 스토리텔링에서도 슈퍼리치를 자극하는 면이 많다.

골드문트는 모두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든다. 주문이 들어오면 비로소 제작하는 맞춤제작 시스템도 운영한다. 롤렉스, 파텍필립 등 스위스 명품 시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외관과 마감재 처리를 하는 것 또한 신뢰를 더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네모난 박스 스타일의 심플한 디자인은 ‘누가 봐도 골드문트 디자인’임을 알 수 있게 만든다.

오디오갤러리 관계자는 “좋은 소리라고 믿게 하기 위해 벽면을 꽉 메운 타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들과 달리 앰프를 전부 스피커 안에 집어넣는 ‘액티브 스피커’ 유행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선이 꼬이거나 복잡하게 연결하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플러그만 꽂으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방식, 무선 연결이 가능한 제품을 내놓는 등 시대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골드문트 설립 스토리도 슈퍼리치의 흥미를 돋우는 요소다.

미셸 르베르숑 골드문트 회장은 40여년 전 “오디오 관련 과학은 발전이 아주 덜 된 분야”라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오디오는 그가 느끼기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소리’였다는 것. 르베르숑 회장은 “누군가 근처에서 얘기를 하면 눈을 감아도 말하는 사람이 옆에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면 아무리 좋은 스피커를 써도 실제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다. 골드문트는 전 세계 오디오 업체 중 유일하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로잔공대·취리히공대, 프랑스의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과 함께 연구했다”고 소개했다.

이지수 교수는 “녹음된 음성을 스피커로 틀면 고역과 저역의 소리가 전달되는 데 시차가 생긴다.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이런 시차를 접하면 사람의 뇌는 이 정보를 재조합하느라 쉽게 피곤해진다. 소리의 시차 문제를 골드문트 시스템이 해결했다는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지적 호기심이 많은 슈퍼리치를 충분히 자극하고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라고 총평했다.

서울 청담동 골드문트 플래그십스토어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영화관을 연상시키는 청음실, 시청각실은 물론 슈퍼리치 사교 공간, 다이닝룸도 볼 수 있다.

서울 청담동 골드문트 플래그십스토어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영화관을 연상시키는 청음실, 시청각실은 물론 슈퍼리치 사교 공간, 다이닝룸도 볼 수 있다.



▶시청각실은 영화 상영관 방불

▷NASA 우주정거장에 설치된 스크린도

슈퍼리치 성향을 저격한 마케팅도 한몫했다. 청담동 오디오갤러리는 사전예약제로 청음실과 시청각실이 운영된다. 그만큼 보안을 엄격하게 관리,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신 공간은 최대한 안락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게 꾸몄다.

골드문트 플래그십스토어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영화관 티켓박스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와인, 맥주, 간단한 스낵 등을 편하게 골라 시청각실 ‘골드문트 시어터’로 입장할 수 있다. 약 66㎡ 규모 상영관으로 대형 스크린에 8개 좌석이 있다. 모두 푸근한 전자동 소파다. 버튼 몇 번만 조작하면 누워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영화관처럼 스피커는 모두 벽 안에 숨어 있는 스타일로 꾸몄다.

젊은 슈퍼리치의 취향을 저격하는 환경도 조성해놨다. 나사 우주정거장에 최초로 스크린을 설치한 미국 SI사의 220인치 스크린, 이탈리아 SIM2사의 6000안시 4K 명품 프로젝터의 조합으로 깨끗하고 선명도 높은 화면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눈길 끄는 건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게임기다. 최근 온오프라인 게임은 오케스트라를 동원, 음향에 엄청 신경 썼다는 걸 간파하고 플래그십스토어 곳곳에 이처럼 게임기를 갖다 둬 게임 마니아 슈퍼리치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연결해 최신 트렌드 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단순히 오디오만 나열해둔 게 아니라 다이닝룸, 바비큐 파티가 가능한 테라스, 클래식·오페라·재즈 공연이 가능한 다목적홀 등을 갖춰 슈퍼리치 사이에서는 대관도 자주 한다고.

오디오갤러리 관계자는 “최근 슈퍼리치는 그들만의 취미를 공유하는 살롱 문화로 넘어오는 듯하다. 함께 예술을 향유하면서 교양과 안목을 높이는 경향”이라고 귀띔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4호 (2019.11.20~2019.11.2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