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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등' 닛산 등 일본차 실적악화...도요타 독주체제 강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3 17:11

수정 2019.11.13 17:11

AP뉴시스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만년 2등' 닛산의 실적악화의 골이 예상 외로 깊다.

닛산의 올해 반기 영업이익(일본 회계기준상 중간결산·4~9월)은 전년 동기 대비 85%감소한 316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런 실적은 1등 도요타자동차와 극과 극이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두자릿수 증가율(11.3%)로 1조4043억엔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도요타는 반기 기준으로 매출(15조2855억엔)과 순이익(1조2749억엔) 모두 각각 3년 연속, 4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우기까지 했다.

닛산 측은 우선, 카를레스 곤 전 회장이 벌여놓은 양적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입장이다.
곤 전 회장 재임 당시, 닛산은 북미 지역에서의 점유율을 단 번에 높이기 위해 현지 판매대리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을 대폭 인상했다. 사실상의 보조금이다. 대리점으로선 보조금을 통해 소비자에게 차가격을 깎아줄 여지가 생긴다. 이른바 '에누리 영업'을 했던 게 이제 와서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차 1대 당 닛산이 북미 현지 대리점에 주는 인센티브는 4218달러로 도요타보다 68%나 많고, 혼다와 비교하면 2배나 된다. 도요타는 외려 지난해 3·4분기부터 신차를 대거 투입하는 한편, 수익 개선을 위해 판매장려금을 줄여왔다.

닛산의 경우, 판매장려금은 높게 책정해놨으나 북미·중국 등에서의 판매는 부진한 상태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인센티브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판매 감소로 이어졌고, 이것이 결국 수익악화의 주범이 됐다는 것이다.

혼다차 하치고 타카히로 회장. 로이터 뉴스1
혼다차 하치고 타카히로 회장. 로이터 뉴스1
단순히 판매장려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단기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개발비를 축소, 신차 출시에 소홀했던 점 역시 지금에 와서는 수익악화의 부메랑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곤 전 회장 축출 후에도 계속되는 르노·닛산간 내분과 잇따른 경영진의 비위 행위 역시, 닛산의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닛산과 자동차연합체를 구성하고 있는 르노 역시 부진한 상태다. 미츠비시 자동차 역시 연간 순이익이 전년비 대비 96.2%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는 상황. 몸집 키우기식
경영을 해 온 르노·닛산·미츠비시 3사 연합체가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닛산은 2022년까지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직원의 10%인 1만2500명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에 있지만, 실적 개선은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적 악화는 도요타를 제외하곤 닛산 뿐만 아니라 혼다, 스즈키, 마츠다, 스바루 등 일본차 전체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어, 일본 자동차 업계가 세계경제 둔화의 직격탄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닛산, 혼다, 스즈키, 마츠다, 스바루, 미츠비시자동차의 올해 예상 실적치를 분석한 결과, 이들 6개 제조사의 실적 하향 수정 폭 합계가 매출액 기준으로 2조엔(약 21조4500억원), 순이익으로는 3300억엔(약 3조539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1조원 규모의 일본 자동차 업계의 전체 매출이 날아갔다는 것이다.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 1등만 살아남는다는 역설이 이번에도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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