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파손되고 집 털리고…보디가드까지 고용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선수들은 구단주의 지시를 거부하고, 구단주는 선수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공언하고 있다. 나폴리 시내 곳곳에는 선수들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선수의 차가 파손되고, 집이 털리면서 보디가드를 고용하는 선수까지 등장했다. 선수와 구단주, 팬들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도대체 나폴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13일 풋볼이탈리아와 데일리메일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구단주의 합숙 훈련 지시에 선수들이 반기를 든 게 내전의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나폴리는 5승4무3패, 승점 19점으로 7위에 처져 있다. 선두 유벤투스(승점 32점)와는 13점 차로 벌어졌고, 4위 칼리아리(승점 24점)에는 5점 뒤져 있다. 2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친 뒤 지난여름 1억유로(약 1286억원)를 투자하며 ‘타도 유벤투스’를 외쳤던 나폴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성적이다. 지난 2일 AS로마에 1-2로 패하자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이 폭발했다. 6일 잘츠부르크전이 끝난 뒤부터 1주일간 합숙훈련을 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선수들은 합숙훈련은 모욕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합숙훈련 예정지에 나타난 것은 안첼로티 감독 혼자였다.
구단 안팎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구단은 성명서를 통해 구단 지시에 따르지 않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매기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팬들은 선수들과 구단을 싸잡아 비난하며 스타디움 밖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이번 나폴리 내전은 그간 곪아 있던 게 터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화제작자 출신인 라우렌티스 회장(사진)은 파산해 세리에C로 떨어졌던 나폴리를 2004년 인수해 세리에A 정상권으로 복귀시킨 인물이다. 그러나 선수단에 대한 과도한 간섭으로 감독, 선수들과 불화가 잦았다. 서로 정나미가 떨어진 가운데 메르텐스와 인시녜, 쿨리발리, 카예혼, 앨런(아래 사진 왼쪽부터) 등 핵심 선수들이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면 나폴리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타르 왕족이 5억6000만유로(약 7204억원)에 인수를 타진하면서 나폴리 내전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쿠오바디스 나폴리(나폴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에 대한 답은 두고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