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피어스 “2년 전 WS 당시 외야 카메라 설치해 실시간 전달” 폭로
화이트삭스 투수 파커도 “더그아웃에서 뭔가 두드리는 소리 들렸다”
2017년 LA 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이 당시 ‘사인 훔치기’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 어슬레틱은 13일 휴스턴에서 뛰었던 투수 마이크 피어스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휴스턴이 홈경기 때 외야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상대 사인을 훔쳐 타자들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피어스뿐만 아니라 휴스턴에서 뛰거나 일했던 몇명의 증언이 더해졌다.
휴스턴이 사인을 훔친 방식은 카메라였다. 외야에 카메라를 설치했고, 이 카메라에 찍힌 화면을 더그아웃 근처 모니터로 살핀 뒤 포수 사인을 분석했다. 사인 분석 전문가가 상대팀 포수의 사인내는 방식을 체크한 뒤 구종을 알게 되면 이를 타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모든 구종을 알려주기 어렵기 때문에 브레이킹 볼, 체인지업 등 오프스피드 볼에 대해 ‘경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휴스턴 공격 때 상대 배터리가 유인구를 선택하면 더그아웃에서 소리를 내 타자가 이 공을 참게 만든다. 더그아웃에서 뭔가를 때리는 ‘탕탕’ 소리가 나면 타자가 이를 눈치채는 식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대니 파커는 2017년 9월 휴스턴 원정경기 도중 겪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파커는 어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체인지업을 던지려고 할 때마다 더그아웃에서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타자들이 그 공을 참아냈다”면서 “3번 정도 그런 일이 반복되는 바람에 그때부터는 소리가 나면 발을 빼고 사인을 바꿨다”고 말했다.
사인 훔치기 사실을 폭로한 마이크 피어스는 “휴스턴은 승리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했다”면서 “분명 올바른 방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휴스턴에 대한 ‘사인 훔치기’ 의혹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번 챔피언십시리즈 때도 상대팀 뉴욕 양키스는 휴스턴이 휘파람으로 사인을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에 대한 보도 이후 사무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휴스턴은 “사무국의 이번 조사에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면서 “사실 관계가 확실해질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인 훔치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무국의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보스턴이 스마트 시계를 통해 사인 훔치기를 했을 때 벌금 징계가 나왔다. 당시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경우 엄중 징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이저리그는 2019시즌을 앞두고 전자기기를 사용한 사인 훔치기 금지를 리그 운영 규정에 포함시켰다. 조사 결과에 따라 휴스턴에 신인 드래프트 제한 등 중징계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