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도시’ 고흥에서…찾았다, 아름다운 작은 우주

고흥 | 글·사진 김형규 기자
우주 도시로 최근 명성을 얻고 있지만 고흥의 산과 바다는 예부터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힘들이지 않고 조금만 산행해도 100년 된 편백나무숲에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고 아름다운 다도해도 감상할 수 있다.

우주 도시로 최근 명성을 얻고 있지만 고흥의 산과 바다는 예부터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힘들이지 않고 조금만 산행해도 100년 된 편백나무숲에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고 아름다운 다도해도 감상할 수 있다.

외나로도 봉래산 자락의 편백나무 숲
전경을 내려봐도, 산림욕을 해도 좋아

고흥 대표하는 팔영산에도 ‘치유의 숲’
난이도별로 ‘노르딕 워킹 코스’ 조성

박력 있는 바위 널려있는 마복산에선
힘든 산행 없이도 다도해 비경 감상

일출 감상지로 유명한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일출 감상지로 유명한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전남 고흥은 나로호 발사 이후 우주 도시가 됐다. 식당이나 카페는 물론 작은 마을의 모텔이나 장례식장 이름에도 우주를 갖다 붙인 곳이 태반이다. 소록도나 유자 정도로 기억되던 고흥이 우주 덕분에 관광도시로 거듭나게 된 건 사실이지만, 나로우주센터나 우주발사전망대 말고도 고흥은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다도해를 낀 고흥엔 봉래산, 팔영산, 마복산 등 명산이 많다. 험하지 않은 산은 등산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고, 조금만 발품을 들여도 선선히 비경을 내어준다. 고흥의 산과 바다를 누비며 아직 한창인 남도의 가을을 만끽하고 왔다.

■ 100년 가꾼 숲의 향기

100㏊ 규모로 조성된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100㏊ 규모로 조성된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고흥 반도 끝자락의 나로도는 내나로와 외나로, 두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배를 타고 바다를 지나며 바라보면 해안가 절벽이 비단을 널어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 나로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외나로도 가운데 봉래산 자락엔 면적이 20㏊가 넘는 편백나무 숲이 있다. 직경 1m, 높이 20m에 이르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은 1920년대에 조성됐다.

100년을 가꾼 숲은 인근에 우주과학관이 생기면서 최근에야 외지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산림청이 2016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한 숲은 경관도 뛰어나지만 희귀 야생화인 복수초의 대규모 자생지를 비롯, 생태적 가치도 크다.

봉래산 편백 숲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정상에 올라 봉긋봉긋 산등성이에 솟아오른 숲의 전경을 내려다봐도 좋고, 직접 숲속으로 들어가 산림욕을 해도 좋다. 봉래산 산행은 봉래면사무소에서 나로우주센터로 넘어가는 언덕배기의 무선기지국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정상까지 올랐다가 시름재를 거쳐 내려와 편백나무 숲을 통과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약 6㎞의 구간은 쉬엄쉬엄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에 들어서 소사나무 군락 사이로 난 등산로를 30분만 올라도 산등성이에서 숲을 조망할 수 있는데, 울긋불긋 단풍 사이로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고깔모자를 늘어놓은 것처럼 줄지어 솟은 모습이 장관이다. 정상에선 편백숲 아래로 예내저수지와 나로우주과학관까지 한눈에 보인다.

“자 이제부터 보약 드시러 가는 겁니다.” 편백나무 숲길에 접어들며 길 안내를 맡은 강춘애 문화관광해설사가 던진 말에 일행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아닌 게 아니라 7000그루의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기운은 금세 머리가 맑아지게 했다. 숲에는 삼나무도 2000그루나 되는데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인체에 유익한 천연 항균 물질인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방출된다고 한다. 숲길 중간 즈음에는 나무 데크로 꾸민 휴식공간이 있다. 등받이 없는 벤치도 여럿 가져다놨는데 전부 편백나무 밑동에 자리를 잡고 있어 앉으면 자연스럽게 나무에 등을 기대게 된다. 내친김에 벤치에 드러누우니 하늘로 치솟은 나무의 엉킨 가지들이 어지러우면서도 질서정연해 보였다. 한 팔로 나무를 껴안으니 묵직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 걷고 쉬고 치유하고

8개의 암봉으로 이뤄진 팔영산은 해발 608m로 고흥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암릉 종주 산행이 유명하고 날씨 좋은 날 정상에선 대마도까지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남동쪽 능선 계곡에 들어선 자연휴양림은 야영장과 운동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고흥을 대표하는 팔영산에도 편백나무 군락이 있다. 면적이 390여㏊로 국내 최대 규모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에는 수령 35년 이상의 편백나무가 울창한 ‘편백 치유의 숲’이 올해 개장했다. 온도, 습도, 소리, 햇빛, 경치 등 산림의 환경요소가 쾌적함과 면역력 향상 등을 돕는다는 산림치유의 개념을 도입한 숲이다. 숲에는 일반형과 특화형으로 나뉘어 치유센터 시설이 들어섰는데, 족욕이나 반신욕을 즐길 수 있고 유자·석류 등 고흥 특산물을 넣은 탕에서 목욕도 할 수 있다. 2~8명까지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있어 숲속에서 종일 휴식을 누리고 싶은 방문객에게 알맞다. 숲에는 장수길, 무병길, 맨발길, 허브길 등 제각기 이름을 붙인 트레킹 코스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난이도와 컨디션에 따라 선택해 걸을 수 있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노르딕워킹 코스도 만들어놨다. 독일 뮌헨에 본부가 있는 ‘노르딕워킹 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제인증도 받은 길이다. 각 코스는 길이가 1.5~3㎞로 완주에 45분에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데, 길 중간에 열량 소모량과 운동 효과 등을 자세히 알리는 안내판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다닐 수 있다. 노르딕워킹에 필요한 스틱도 대여해준다.

양쪽으로 편백나무가 도열한 숲길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걸어도 좋고 혼자 명상하며 걷기에도 좋다. 숲 곳곳에 설치된 평상에서 요가를 하는 사람도 가끔 눈에 띈다. 산책로와 연결된 산 중턱 전망대에 오르면 야트막한 산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저수지, 너른 들판이 펼쳐진 남도의 경치가 평화롭다.

■ 작은 금강산에서 본 다도해

기암괴석으로 덮인 산세가 유려한 마복산.

기암괴석으로 덮인 산세가 유려한 마복산.

고흥군 포두면의 마복산은 고흥 사람들이 ‘소(小)개골산’이라고 부르는 산이다. 뛰어난 경치 덕분에 작은 금강산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앞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덮여 있는데 마치 백만대군이 성을 지키며 진을 치고 있는 듯한 형세라 임진왜란 때 침입한 왜군이 산세를 보고 진로를 바꿨다는 얘기도 있다. 마복산(馬伏山)이라는 이름은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었다.

마복산은 힘들여 산행을 하지 않고도 다도해국립공원의 비경을 엿볼 수 있는 산이다. 북측 산기슭의 마복사를 지나 4㎞가량의 임도를 자동차로 오르면 해발 300m의 고갯마루인 해재에 닿는다. 해재에선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로 둘러싸인 앞바다 풍경이 벌써 근사하게 펼쳐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20여분만 오르면 널찍한 조선바위 꼭대기에 도착한다. 20분 산행이 무안할 정도로 아름다운 다도해 바다가 그곳에서 내려다보인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그 사이로 오후 햇살이 만든 윤슬이 반짝이는 모습은 아무리 오래 바라봐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고개를 돌려 산을 보면 능선과 골짜기마다 미끈하고 박력 있는 바위들이 널려 있다. 산중턱 한가운데 왕바위(쇠바위)를 비롯해 좌우에 자리 잡은 신선대, 장군석, 성곽바위, 5층탑바위, 수문장바위 등 기묘한 형상의 돌덩이들은 자연이 빚은 예술이라고만 표현하기엔 아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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