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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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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3 23:26:56 수정 : 2019-11-13 23: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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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감독 고집·실수로 / 해마다 가을야구 망친 다저스 / 文정부도 ‘마이웨이’ 벗어나 / 후반기 국정 기조 전환하길

류현진은 올해 최고 시즌을 보냈다. 한국인 최초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후보 3명에 들었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 맥스 셔저, 제이컵 디그롬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니 대단하다.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고,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여러 구단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고 한다. 큰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원재연 논설위원

류현진 소속팀 LA 다저스는 사정이 다르다. 포스트시즌 첫 관문인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가을야구는 허망하게 끝났다. 30여년 숙원인 월드시리즈 우승이 또다시 물거품이 되면서 우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다저스는 해마다 최강 전력으로 꼽히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한다. 2017,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구경하지 못한 다저스 팬들의 갈증이 클 수밖에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실수와 고집이 문제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과 작전으로 우승 일보 직전에서 좌절했다. 2017년 월드시리즈에선 호투하던 선발 리치 힐을 일찌감치 내리면서 경기를 망쳤다. 올해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마에다 겐타 대신 클레이턴 커쇼를 마운드에 올렸다가 홈런 두 방을 맞고 경기를 내줬다. 통계를 외면하고 일부 선수에게 의존하는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잇단 비판과 지적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내년에도 로버츠 감독 체제를 유지하기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집과 독선이 야구에서만 문제인 건 아니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첫 회의에서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했고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의 기적 같은 변화도 만들어냈다”고도 했다. 전반기 국정 운영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후반기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국민이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일관성을 갖고 혁신·포용·공정·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고 했다. 남은 임기 2년 반도 현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민심과 괴리가 너무 크다. 국민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정의와 공정을 확산시켰다”고 한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가 줄어든 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대북정책이 한계에 부닥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이 날로 높아지는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소미아는 한·미동맹과 무관하다”고 하는 건 억지다. 가장 심각한 건 경제다. 일자리가 없어 다들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청와대는 고용률이 올랐는데도 체감하지 못하는 건 홍보 부족 탓이라고 한다. 늘어난 일자리라는 게 대부분 세금을 풀어 억지로 만든 노인 단기 알바인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것이다.

다저스는 내년에도 월드시리즈 챔피언 후보로 꼽힌다. 그렇다고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최근 몇년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건 전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감독의 리더십이 부실한 탓이다. 다저스가 내년에도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도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 팬들의 속이 쓰릴 뿐이다.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은 다르다. 나라의 미래와 민생이 달린 엄중한 일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반기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국정 기조를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교주고슬(膠柱鼓瑟)이란 말이 있다. 거문고를 연주하려면 줄을 받치는 기러기발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하게 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를 가장 좋은 소리가 나는 지점에 두고 아교로 붙여 한 음만 내게 한다는 뜻이다. 자기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이는 고사성어다. 야구에서도 정치에서도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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