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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이 기업 이사 해임까지 요구하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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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3 23:27:12 수정 : 2019-11-13 23: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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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범죄 혐의를 받거나 주주 제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중점관리대상 투자기업에 대해 이사 해임까지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공청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요구한 데 이어 주요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이제 경영권 침해까지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배당 정책, 임원 보수 한도 등에 문제가 있거나, 횡령·배임 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대상에 넣는다. 개선 요구에 불응하는 기업에 대해선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 해임 같은 주주 제안까지 가능케 했다. 특히 ‘법령상 위반 우려’ 기준으로 ‘국가기관 조사 결과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라고 규정한 것이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이 검찰에 고발하기만 해도 해당 기업 경영진을 해임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권에 비협조적인 기업을 손보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달 초 가이드라인 연구용역을 발표하면서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우려해 이사 해임 내용은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과 임원 보수 한도의 적정성에 관한 판단만으로 이사해임 주주 제안을 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의 경중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사 해임 대신 지분 축소·청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런 권고를 무시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300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을 무기로 경영 간섭에 나서면, 정권 코드를 살피느라 기업 효율성이 떨어질 게 자명하다.

국민 2200만명의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 정부는 연금 분야 문외한인 정치인을 이사장에 앉히더니 총선을 앞두고 2년 만에 교체한다고 한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공모 과정에서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져 1년 이상 자리를 비워두기도 했다. 이러니 지난해 수익률이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 아닌가. 국민연금이 ‘재벌 혼내기’ 수단으로 이용되면 운용 수익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국민연금의 외도는 국민 노후를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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