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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끝이 뾰족하게 올라온 대봉감이 한쪽 끝에 자리를 잡았다. 그 안쪽으로 쪼르르 놓인 홍시 세 알. 그들 반대편에서 그 무게를 담당한 것은 도자항아리다. 그림자도 채 못 벗어난 곳에 홍시 두 알을 두고 ‘따로 또 같이’ 편을 갈랐다.
이 완벽한 균형감은 작가 김재학(67)의 섬세한 붓끝에서 나왔다. 사실 작가가 즐겨 그리는 것은 꽃이다. 아무 꽃은 아닌 듯하다. 단아하게 피어오른, 화병 속 꽃이 늘 보이니까. 장미·작약·산당화·양귀비 등 우아함을 견줘 둘째가라면 서러울 얼굴을, 은·유리·도자기 등 귀한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몸뚱이에 담아낸다.
11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선화랑서 여는 개인전 ‘김재학’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60×30㎝. 작가 소장. 선화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