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속 가르면 결결이 찢겨 나올 듯 탱탱한…김재학 '감'

2019년 작
화병꽃 그리는 작가 정물 '홍시·도자항아리'
극사실 묘사한 감 살려낸 무심한 배경처리
오묘한 푸른빛 옮겨낸 항아리 미감 돋보여
  • 등록 2019-10-29 오전 12:25:00

    수정 2019-10-30 오전 12:04:16

김재학 ‘감’(사진=선화랑)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끝이 뾰족하게 올라온 대봉감이 한쪽 끝에 자리를 잡았다. 그 안쪽으로 쪼르르 놓인 홍시 세 알. 그들 반대편에서 그 무게를 담당한 것은 도자항아리다. 그림자도 채 못 벗어난 곳에 홍시 두 알을 두고 ‘따로 또 같이’ 편을 갈랐다.

이 완벽한 균형감은 작가 김재학(67)의 섬세한 붓끝에서 나왔다. 사실 작가가 즐겨 그리는 것은 꽃이다. 아무 꽃은 아닌 듯하다. 단아하게 피어오른, 화병 속 꽃이 늘 보이니까. 장미·작약·산당화·양귀비 등 우아함을 견줘 둘째가라면 서러울 얼굴을, 은·유리·도자기 등 귀한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몸뚱이에 담아낸다.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을 만큼 극사실적으로 정물을 묘사하지만 그들을 도드라지게 하는 건 의외로 무심하게 처리한 배경이다. 순하고 거친 경계를 넘나드는 데 별 망설임 없는 붓터치. 아마 작가의 또 다른 장기일 터.

‘감’(2019)은 꽃 그리는 작가에게서 캐낸 귀한 열매랄까. 속을 가르면 결결이 찢겨 나올 듯 탱탱한 홍시가 주인공이지만 ‘감’이 섭섭할 정도로 압도적인 미감을 내뿜는 건 항아리다. 태생부터 힘겨웠던 듯, 아니라면 모진 세파에 한참을 시달렸던 듯 온통 상처다. 하지만 색감이 말이다. 세월 묻힌 청자가 내는 오묘한 푸른 빛을 무엇이 당해 내겠나. 투명한 깊이감의 승리라고 할밖에. 20년 넘게 수채화를 그렸다던 감각을 손이 기억하는 거다.

11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선화랑서 여는 개인전 ‘김재학’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60×30㎝. 작가 소장. 선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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