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이륜차(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맥도날드는 2021년까지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용 오토바이를 모두 전기 오토바이로 바꿀 계획이다.  /연합뉴스
내연기관 이륜차(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맥도날드는 2021년까지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용 오토바이를 모두 전기 오토바이로 바꿀 계획이다. /연합뉴스
전기이륜차(오토바이)가 국내 시장에서 ‘고속 질주’하고 있다. 1~9월 판매량(신규 등록 기준)은 7426대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3975대)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 기간 판매된 오토바이 100대 중 8대(8.0%)가 전기 오토바이였다. 지난해 판매 비중(3.9%)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전기 오토바이가 전기자동차보다 먼저 대중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판매 비중은 2%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뛰어난 가성비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에서 팔린 전기 오토바이는 전체 오토바이 판매량(9만2345대)의 8.0%를 차지했다. 이미 보조금을 신청한 전기 오토바이까지 더하면 올해 전체 판매량은 1만 대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 오토바이 보급은 지지부진했다. 가격이 400만원대로 높아 보조금을 받아도 일반 오토바이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월 국내 전동모빌리티 기업인 와코모터스가 전기 오토바이 ‘ev-e6’를 289만원에 내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보조금 225만원을 받으면 64만원에 스쿠터를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싸니까 두 대씩 사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ev-e6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80㎞다. 도심에서 출퇴근하거나 레저용으로 쓰기에 충분한 거리다. 충전소를 일일이 찾아가야 하는 전기차보다 충전이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오토바이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일반 콘센트에 선을 꽂아 충전할 수 있다.

치열해지는 전기 오토바이 경쟁

'가성비甲' 전기 오토바이 질주…보급 속도 전기車 추월
ev-e6가 전기 오토바이 돌풍을 이끌면서 다른 브랜드 제품도 덩달아 판매가 급증했다. ev-e6와 함께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모델로는 대림오토바이의 ‘재피’와 NIU의 ‘엔프로’가 꼽힌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계약 대수는 ev-e6 3437대, 재피 2451대, 엔프로 1430대다. 재피는 시속 80㎞를 웃도는 최고 속도, 112㎞에 달하는 주행거리 등 뛰어난 성능이 장점이다. 엔프로는 젊은 소비자층이 선호하는 외관 디자인을 앞세워 2030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는 출퇴근용뿐만 아니라 배달 등 사업 용도로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맥도날드, 피자헛, 교촌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체와 손잡고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 부릉 등 배달업체들도 동참한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배달용 오토바이 10만 대를 전기 오토바이로 교체할 계획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초 정부 보조금 예산은 이미 동났다. 올해 책정된 전기 오토바이 보조금 예산은 1만 대 분량인 250억원이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전기 오토바이 한 대당 220만~23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일부 지자체는 급격하게 늘어난 수요를 반영해 추가 예산 편성에 나서기도 했다.

급증하는 수요를 잡으려는 업계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현재 정부 인증을 신청한 전기 오토바이 모델은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오토바이는 삼성SDI와 손잡고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개발뿐만 아니라 배터리 규격 표준화, 배터리 공유 사업 등도 함께 추진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전기 오토바이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의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