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력근로 노·사 합의안, 국회가 뭉개면 안돼"
“노·사·정이 양보와 타협 끝에 어렵게 끌어낸 합의안이 국회에서 변질되고 왜곡된다면 더 이상의 사회적 대화는 어려워집니다. 추후 예정돼 있는 다양한 의제의 노·사·정 논의가 모두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사진)은 지난 25일 제2기 경사노위 출범 후 한국경제신문과 한 첫 언론 인터뷰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3개월→6개월) 합의안의 조속한 국회 입법을 촉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탄력근로제 합의안 자체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경영계에서는 합의안만으로는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모두 풀 수 없다며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이 많을 때는 근무시간을 늘리고 한가할 때는 줄여 일정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문 위원장은 “전날(24일) 군산형 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해서도 머릿속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합의안이 통과돼야 할 텐데’라는 걱정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여간 사회적 대화를 끌어오면서 느낀 속내를 털어놨다. 문 위원장은 “대한민국에서 노동 현안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노총과 경총의 전문가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노사 대표로 사회적 대화 결과물을 내놨는데 국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처리하지 않거나 변질·왜곡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경사노위가 법적으로는 대통령 자문기구지만 의결기구로 생각하겠다”며 “경사노위에서 합의해주면 모든 정부 부처가 합의사항에 구속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위원장의 이런 호소는 국회의 탄력근로제 입법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자칫 어렵게 재개된 사회적 대화의 끈이 아예 끊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노·사·정 합의안 자체를 반대하고, 경영계는 탄력근로 외에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 같은 추가 옵션을 더하려고 한다”며 “합의안대로 입법이 되면 민주노총만 반발하겠지만 합의안에 뭔가 더 붙으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까지 경사노위를 떠나 양대 노총의 대정부 공동투쟁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끝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위원장의 우려에도 국회의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월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국회는 본위원회 최종 의결이 안 된 ‘미완의 합의’라며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논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후 경사노위는 약 8개월간의 파행을 거쳐 지난 11일 본위원회를 열어 안건을 최종 의결했으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아직 논의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밭인 노동계의 눈치를 보며 여야 모두 입법 자체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위원장은 최근 군산형 일자리 협약에 반대성명을 낸 민주노총과 산하 금속노조에 여러 차례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협약식에 민주노총 군산시지부는 참여했지만 그 상급단체는 사업 자체를 반대했다”며 “대내외 경제환경이 나빠지고 노사가 모두 위기일 때는 임금과 고용을 어떻게 적절히 조정하는지가 상생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