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된쟝·쟝앗지…100년 전 조선의 레시피 복원

홍진수 기자

일제강점기 음식평론 이용기의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 복간

당시 790여종 조리법 상세 소개

최근 ‘1936년 제3판’ 원형 재현

1936년 출간된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 제3판 증보판의 앞표지(왼쪽)와 뒤표지. 라이스트리 제공

1936년 출간된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 제3판 증보판의 앞표지(왼쪽)와 뒤표지. 라이스트리 제공

한국 최초의 남성 음식평론가는 누구일까. 논란의 여지는 조금 있을지 몰라도 아마 이용기(1870~1933?)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그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요리사는 아니었으나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 新式料理製法·조선에 둘도 없는 최신요리법)>이라는 요리책을 일제강점기에 엮어냈다. 이용기가 1924년 한흥서림에서 출판한 이 책은 1936년 제3판 증보판이 출간되는 등 1943년까지 나왔다. 지금도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100년 전의 실제 요리법’을 소개할 때 자주 인용되는 책이다.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은 현재는 그 원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고서점에 ‘매물’이 자주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가격도 수백만원대로 비싸다. 2001년 궁중음식연구원이 원본(복간판)과 해설본을 함께 묶어 소량으로 출판했으나 이 역시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이 최근 다시 복간됐다. 1936년 제3판을 원본으로 당시 책 모습을 재현했다. 앞표지는 물론 뒤표지에 나온 소설 광고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이 책을 출간한 라이스트리 민영범 대표는 지난 17일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한식 레시피는 예능 등에 나오면서 너무 간소화됐다”며 “예전 그대로의 레시피를 보여주면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책을 복간해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책을 출간하기로 하고 일을 벌였으나 원본을 구할 수가 없었다. 국내 고서점을 다니고 온라인 서점도 뒤져봤지만 매물이 없었다. 결국 조언을 구하기 위해 알아뒀던 소장자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민 대표는 “소장자는 대학원에서 한식을 전공하는 분인데, 요리 외에 고서 수집도 하고 있다”며 “출판 기일이 다가오는데 책이 없으니 ‘책에 손상이 가더라도 같이해보자’ 설득했다”고 전했다.

책은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6일부터 25일간 진행된 텀블벅 펀딩에서 후원자 1419명이 3200만원을 모아줬다. 목표금액(300만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초판은 4000부를 찍었다.

복간을 하면서 원본의 손상부분이나 손때 등은 깨끗이 지워냈다. 민 대표는 “80년 전 경성에서 깨끗한 책을 사는 사람과 요즘 인사동에서 먼지 묻은 책을 사는 사람 중 어느 쪽을 상상하고 만들까 하다가 전자를 택했다”며 “대신 당시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 크라프트지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책 서문에는 손님 대접하는 법 등 5항이 나오고 본문에는 된쟝, 무쟝앗지 등 68항목 790여종의 조리법이 나온다. 피시볼과 수프 등 양식, 덴뿌라, 미소시루 같은 일식, 해삼탕, 연와탕 등 중식도 부록으로 나와 있다.

민 대표는 “당시 언어로 쓰여 있어 어렵게 보이지만 읽다보면 다 이해가 간다”며 “지금 바로 책에 나온 대로 요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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