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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삼킨 쌍방울…`국민속옷` 영광 찾을까

강우석,김하경 기자
강우석,김하경 기자
입력 : 
2019-10-21 17:51:37
수정 : 
2019-10-22 15: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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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광림, 남영비비안 인수 우선협상자로

예상 매각가 500억원 수준
인수 실탄 부족한 쌍방울
최대주주와 손잡고 도전

속옷시장서 둘다 존재감 약해
체질개선 등 반전카드 주목

일단 시장선 시너지 기대감
비비안 주가 상한가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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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더웨어 시장의 대표적인 브랜드 '트라이(TRY)'와 '비비안(VIVIEN)'이 한솥밥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쌍방울이 62년 전통의 토종 여성 속옷 기업 남영비비안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쌍방울 측의 인수가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방울과 모회사 광림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남영비비안 경영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쌍방울·광림 컨소시엄과 남영비비안은 다음달 15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 매각 주간사로는 라자드코리아가 참여했다. 쌍방울과 함께 거래에 참여한 광림은 크레인과 특장차를 만드는 업체다. 1993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쌍방울 지분 1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이번 매각 대상은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지분 23.80%)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75.88%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남영비비안의 예상 매각 가격은 약 500억원이다. 남영비비안은 1976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됐으며 시가총액 규모는 1841억원(21일 종가 기준)이다.

쌍방울은 남영비비안 인수를 통해 여성용 속옷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자체 브랜드 트라이는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샤빌'과 보정속옷 '쉬방'을 제외하면 해당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라이 브랜드에 대한 여성 구매율 역시 남영비비안보다 낮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소비자가 지난해 하반기(2018년 9월~2019년 2월) 구매한 언더웨어 브랜드 순위는 BYC(35.6%), 트라이(14.7%), 비너스(9.8%), 비메이커(9.3%), 비비안(8.7%) 순이었다. 반면 조사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면 트라이(8.7%)의 순위는 BYC(28.9%), 비너스(15.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비안(13.6%)보다 훨씬 뒤처진다.

쌍방울이 광림과 컨소시엄을 꾸린 것은 인수자금 여력이 부족해서다. 올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쌍방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7억원 정도다. 5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남영비비안 경영권을 사들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같은 시점 광림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약 334억원이다. 최대 주주와 합심해 실탄을 어느 정도 마련한 셈이다.

정작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이 남영비비안을 사들여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연매출 1000억원 정도를 거둬온 쌍방울이 '덩치가 2배 큰' 매출 2000억원대 남영비비안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쌍방울과 남영비비안 모두 흑자전환한 지 얼마 안 됐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황도 우려를 커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두 회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역시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광림은 2016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현재 컨소시엄과 남영비비안의 재무제표만 놓고 판단했을 땐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규모의 경제'와 '선택과 집중'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62년 역사를 지닌 여성용 속옷 기업 남영비비안은 실적 악화에 시달린 끝에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왔다. 유니클로를 필두로 한 해외 패션 브랜드의 공습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최근 3년 동안 매출액(연결재무제표 기준)은 꾸준히 2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제외하곤 매년 영업손실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은 10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줄어들었으며 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날 남영비비안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78% 상승한 2만6800원으로 마감했다.

[강우석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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