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는 인식이 착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 둔화에 내수 기업의 매출이 줄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조선, 철강 등 경기민감 업종 실적 하락세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장 큰 변수는 실적이라며 이번주 시작되는 3분기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지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투톱 빼면 코스피지수 1691 불과"
반도체 빼면 코스피지수 1691에 불과

지난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00원(1.19%) 내린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 이후 13.4% 올랐다. 지난 1월 3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9월 이후 가파르게 반등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지수(지난 16일 종가 기준)는 1691.73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2011년 이후 17.51% 하락했다. 지난해 6월 11일 삼성전자가 4만9900원에 장을 마쳤을 때 코스피지수 종가는 2470.15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박스권이 유지된 것은 반도체 착시 효과”라며 “시가총액 1, 2위 기업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은 대형주, 특히 ‘반도체 투톱’에 쏠려 있다. 9월 이후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국민연금도 삼성전자 중심으로 자금을 집행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에서 코스피100지수에 포함된 종목으로 자금을 집행하라고 지시받았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관 중심의 대형주 장세가 펼쳐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줄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1842억원으로 코스닥시장(4조6321억원)보다도 낮아졌다.

4분기부터 기저효과 기대해볼 만

전문가들은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실적 시즌 결과에 따라 하반기 주식시장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까지 이어진 실적 하락세에서 벗어나면 기저효과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134개 회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5조7838억원으로 4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11.9% 줄어드는 데 그쳐 2분기(-16.9%)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4분기에는 이들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전망은 더 밝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내년 한국 유가증권시장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 수)은 60.3달러로 올해(48.0달러)보다 25.6%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11.1%), 일본(5.1%), 중국(12.5%), 인도(19.9%) 등 주요국보다 높다. 프랭크 수이 홍콩 밸류파트너스 투자부문 이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 이익 하향 조정 추세가 둔화되고 한국의 주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역사상 최저점에 있다”며 “거시경제 전망과 무관하게 내년부터 한국 주식시장은 반등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기업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시장 회복도 기대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0%까지 떨어지면서 대규모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조선, 철강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반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