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고조 이후 최고위급 첫 만남…관계 개선 ‘분수령’

김유진·정제혁 기자

이낙연 총리 22일 일본 방문, 아베 총리 회담 가능성

심도 있는 현안 논의 어렵지만…청 “대화의 폭 넓힐 기회”

‘지일파’ 이 총리, 정·재계 인사 면담 통한 물밑 해법 주목

GSOMIA 종료 전까지 입장차 못 줄이면 갈등 더욱 표류

<b>태풍 피해 복구 현장 찾은 이낙연 총리</b>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제18호 태풍 ‘미탁’ 피해지역인 경북 울진군 기성면 골말마을을 찾아 관계자들과 함께 피해 복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피해 복구 현장 찾은 이낙연 총리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제18호 태풍 ‘미탁’ 피해지역인 경북 울진군 기성면 골말마을을 찾아 관계자들과 함께 피해 복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24일 나루히토 일왕(德仁) 즉위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기로 확정하면서 악화 일로인 한·일 갈등이 출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이 총리는 방일 기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1년여 만에 양국 최고위급 인사가 마주 앉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제동원이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쟁점에 대한 양국 입장 차가 뚜렷해 실질적인 개선책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총리실은 13일 이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총리는 23일 아베 총리가 주최하는 연회를 포함해 아베 총리와 별도의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갈등이 고조된 이후 정상 간 만남이 잇따라 불발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는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회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을 두고 “한·일 대화의 수준을 높이고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형식은 아직 조율 단계이나, 아베 총리 일정을 고려하면 10~15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식에 각국 대표로 참석하는 최소 50개국 인사들과 양자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와 회담하더라도 강제동원 해법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등 한·일 간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회담에선 대화의 판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이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대로, 아베 총리의 주력 사업인 2020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포함될 수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이 총리의 첫 번째 방일 목적은 이웃나라의 국가적 행사에 축하 사절로 참석하는 것”이라며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 과정에서 입장 차를 재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만남에서는 양국이 대화의 끈을 놓지 말자는 공감대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최고위급 축하 사절을 보내는 것에 관계 개선 의지가 담겨 있다”며 “이 총리도 한·일관계가 잘 풀릴 수 있는 행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대표적 ‘지일파’ 정치인인 이 총리의 역할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리는 방일 기간 전직 일본 총리 등 정·재계 인사들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이 총리가 일본 내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물밑’ 해법을 모색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일왕 즉위식과 이 총리 방일이 GSOMIA 종료 시점(11월22일)을 한 달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정상 간 대화를 복원하는 등 실질적 행동을 취한다면 관계가 급진전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GSOMIA 종료 전까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양국 갈등은 더욱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제동원 문제도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강제동원 전범 기업에 대한 자산 현금화 절차가 이르면 연말쯤 예정된 상태에서 일본은 추가 보복을 공언해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 상태로 원상회복돼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온전하게 (해결)하려면 사전에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