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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 소확행 실현 가능한 감성 편의점 ‘고잉메리’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10-10 15: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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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귀여운 양머리 캐릭터를 뱃머리에 의기양양하게 걸어놓은 해적선 ‘고잉메리호’는 많이들 알 것이다. 꿈과 희망(?)을 싣고 바다를 누비던 이 고잉메리호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게 나타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찾아 다니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가득 담은, 소담한 장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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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편의점 고잉메리’는 ‘요괴라면’을 만든 미디어 플랫폼 스타트업 ‘옥토끼 프로젝트’가 만든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종각 영풍문고 건물 옆,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칠 법한 입구에 ‘감성 편의점’ 팻말만을 내건 채 존재감을 내뿜는 이곳을 찾았다. 입구로 들어서자 50평 크기 남짓한 공간이 등장한다. 크게 편의점과 분식 공간이 구분돼 있다. 우선 편의점 공간부터 살펴보면, 일상 물품은 일상 물품인데 편의점에서 흔히 볼 법한 식음료 등은 보이지 않는다. 이태원이나 가로수길에 있는 편집숍을 찾을 때 나타나는 지름신이 일찌감치 등장하는 걸 보니 디스플레이에 뭔가 ‘특별함’이 있겠다. 입장과 동시에 오른쪽 벽면에는 독특한 포장지에 곱게 싸인 7개의 요괴라면 상품들이 빼곡히 차 있다. 그리고 각각의 요괴라면마다 제품 특징과 맛있게 먹는 팁이 담겨 있다. 그중 봉골레맛 요괴라면의 소개 문구를 가져와봤다. ‘조개를 우려낸 깊은 맛 육수에서 시원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라면으로, 고추를 송송 썰고 마트에서 산 리얼 바지락, 리얼 모시조개를 같이 넣어 끓이면 이것이야말로 리얼 전통 해장라면!’ 마침 내가 서 있는 뒤편에 각종 와인과 칵테일도 눈에 들어오고, 가게에도 잔술을 함께 판매하니, 먹는 즉시 해장이 되는 놀라운 효과를 기대해볼까? 잠깐 헛된 꿈을 꾸게 된다. 또 다른 선반에는 오뚜기와 일동후디스 등 타 브랜드가 함께 협업해 만든 개념만두, 개념볶음밥, 요괴밀크 등의 콜라보 제품과, ‘이것은 밥 도둑인가, 술 도둑인가’로 소개한 각종 조미김, 달괴(달고나) 등 ‘옥토끼 프로젝트’의 브랜드 감성이 짙게 묻은 식품료 상품들이 주를 이룬다. 음식만 있냐고? 그렇지도 않다. 결벽요괴 향균 물티슈, 미세먼지 마스크나 자체 굿즈 타포린 백, 의류 등도 마련돼 있다. 일부 공간은 수입 간식, 통조림 식품 등이 진열된 주점부리 코너(‘복희당’)와, 라이프 스타일 문구 숍(‘메리&띵스’)으로 구분해 타사 브랜드 제품이나 큐레이션 한 상품을 진열, 판매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누구나 눈치챘을 것이다. 감성편의점 고잉메리는 라이프 스타일과 결합된 문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브랜딩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편의점 ‘리테일’ 형태를 활용한 것이다. 거기에 ‘감성’이란 단어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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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해 마지 않을 잔술 비스트로&분식집 고잉메리의 또 다른 B2C(Business-to-Consumer) 기능 공간, 분식점과 잔술 비스트로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고잉메리에서 가장 마음에 든 공간이기도 하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누구나 행복하다. 그것도 요즘 같이 밥 한끼, 술 한잔, 커피 한잔이 비싸게 느껴질 때면 더욱 그렇다. 이곳은 에디터를 비롯, 먹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환영받을 만한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먼저, 메뉴를 살펴보면 요괴라면을 비롯한 볶음밥, 군만두 등 옥토끼 프로젝트의 자체 상품이나, 한남동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 ‘부첼리 하우스’에서 공급 받는 스테이크를 즉석에서 조리해 선보이기도 한다(별도 판매도 한다). 주문과 동시에 갓 조리해 한 접시 위에 예쁘게 플레이팅된 따뜻한 음식은 (내가 집에서 만든 것보다) ‘한끼 대접받는’ 기분을 제공한다.

혼밥, 혼술하는 사람들을 위해 칸막이 테이블 등 1인 공간의 마련한 부분, 가성비가 좋다는 점도 고잉메리의 특징이다.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음식점 중 대부분의 음식을 3000~5000원 사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조리된 스테이크 가격도 1만5000원 정도인 데다 3가지 메인 음식에 음료, 주류까지 포함한 2, 3인 세트 구성 역시 1만 원 중반에서 3만 원이면 충분하다. 고잉메리가 일찌감치 소문난 데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경험과 SNS 후기, 입소문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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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았던 에디터 역시 한참의 메뉴 고민 끝에 SNS 게시물 중 상당 수를 차지한 개념만두를 주문해본다. 그리고 비스트로를 겸한 이곳에서 낮술 메뉴로 추천하는 한 잔의 블루라군도 함께(죄송합니다, 편집장님). 음식을 기다리며 남는 시간에는 혼밥의 필수품인 핸드폰을 내려 놓고 가게 이곳 저곳을 탐험에 나섰다. 그러다가 음식이 나온 뒤엔 가게 안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감상하며 누구의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음식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곳을 그냥 평범한 F&B 편의점, 분식점이나 술집 등 단순히 하나로만 정의하기엔 역시 아쉬움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상품들, 저렴한 가격대의 맛있는 식사, 잠깐의 휴식을 즐기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인테리어 분위기, 혼자서도 즐기기 좋은 술…. 이것이야말로 야근과 현업에 지친 모든 직장인과 현대인의 소확행 로망을 실현한 곳이 아닐까. [글과 사진 이승연 기자 참조 네오스토어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9호 (19.10.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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