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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진과 손글씨로 전하는 마음-엽서의 부상(浮上)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10-10 15:23:35
수정 : 
2019-10-10 18: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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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손 편지를 써본 적이 언제일까. 메신저 속 이모티콘 하나로 감정을 대변하고, 종이 한 장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손글씨를 쓰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는 요즘, ‘엽서’가 특별한 매개체로써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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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디터가 찾은 'June-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전시 엽서(사진 내 작품 이미지 '내게 만약 마법의 힘이 있다면' ⓒJune All rights reserved)
Prologue… 순간을 공유하다 최근 지인에게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평소 메신저나 전화로 연락하기보다는,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안부를 전하는 것이 편한 상대였다. 그녀에게 받은 뜻밖의 선물은 엽서 한 장과 책갈피. 그녀는 “최근 지인이 여행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제작해 선물해준 엽서”라고 말하며 건넸다. 뒷면에는 짧은 편지가 있었다. 어느 여행지를 가든 기념품 숍 모서리 선반대에는 그 나라의 랜드마크가 찍힌 엽서가 가득하다. 예전 같으면 굳이 찾지 않았던 이런 선물들에 최근엔 심심치 않게 눈길이 간다. 여행지에서 엽서 두 장을 사서 한 장은 이 여행을 마쳤을 미래의 나에게, 한 장은 그 순간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것이 ‘여행자의 로망’인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였을까. 엽서는 때론 편지지에 미처 담지 못할 그 순간과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게 해준다. 각설하고, 요즘처럼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고, 손으로 글을 쓰지 않는 시대에서 엽서가 새로운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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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이미지 '엽집' 온라인 스토어(사진 엽집 홈페이지 갈무리)
▶특별한 ‘굿즈’가 된 엽서 엽서는 긴 글 쓰기나, 표현이 서툴러도 부담스럽지 않게 마음을 전할 수도 있는 센스 있는 아이템이다. 배우 유승호가 아역 시절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집으로’를 보면, 영화 막바지 7살 상우(유승호)는 듣지 못하고, 말할 줄 모르고, 글을 모르는 할머니를 위해 손수 만든 그림 엽서를 준비한다. 엽서 한 장으로 충분히 전달이 되는 마음이다. 이러한 엽서의 가치를 알고 이를 활용하는 곳이 늘어가는 것은 반가운 변화이다.

앞서 지인의 사례처럼, 직접 촬영한 여행지 사진으로 엽서를 만들어주는 업체들은 사람들에게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고, 휴대전화 앨범에 담긴 채 빛을 보지 못했던 사진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엽서 애플리케이션으로 간단하게 엽서를 보낼 수 있게 됐고, 펀딩 사이트 내에선 특별한 스토리가 담긴 엽서, 엽서북 제작 소식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엽집’의 경우 엽서 전문 쇼룸 겸 숍으로, 말 그대로 ‘엽서 파는 집’이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엽서를 선보이는데, 그밖에도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엽서를 배달해 오늘의 기억을 미래로 보내는 ‘365 우편함’을 운영하거나, 엽서 제작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특별한 경험’을 판매하기도 한다. 또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그림이나 사진을 주제로 하는 갤러리나, 전시장 굿즈 숍에는 전시 작품이 담긴 엽서 한두 장을 살 수 있다. 전시, 아트페어, 플리마켓 등에서도 엽서는 베스트셀러 품목이다. 장사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아니다. 작가들에게는 완성된 작품 하나를 엽서 사이즈로 대량 제작하면 별도의 수고나, 비용도 비교적 적게 들면서 자신과, 작품을 홍보할 수 있고, 동시에 구매자 입장에선 전시의 여운은 오래 간직하되 높은 가격대의 작품 대신 엽서가 부담이 적은 것은 물론이다. 작가들 특히 신인 일러스트레이터와 관람객에게 있어 엽서는 꽤 효과적인 홍보물이자 굿즈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에디터의 경우 그렇게 산 엽서를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전시 작품이 있다면 해당 엽서를 액자에 넣어 책상 위에 올려두거나, 벽이나 회사 파티션에 붙여놓기도 한다. 예술가의 시선에서 그린 작품만큼 삭막하기 만한 일상에 윤활유가 되는 것이 또 있을까. 빛 바래지 않고 오랜 시간 간직하고 싶다면 포토북이나 티켓북과 같이 비닐로 보관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이승연,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9호 (19.10.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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