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직장인 레시피-‘선의의 거짓말’도 거듭되면 ‘진짜 거짓말’이 된다

입력 : 
2019-10-11 09:46:57
수정 : 
2019-10-19 22:35:25

글자크기 설정

사람들은 관계와 소통의 원활함, 목적 달성, 이익 극대화, 위기 탈출 등등의 이유로 착한 거짓말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착한 거짓말들은 인간관계에서 때로는 매끄러운 윤활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착한 거짓말들도 모이면 어느덧 크고 심각한 상황을 불러오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작은 거짓말들이 모여 현대 사회의 ‘거짓말 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진설명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할까 마틴 루터는 “한 가지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곱 가지의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고 몽테뉴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거듭되는 거짓말의 무리를 지적했다.

또 있다. 쇼펜하우어는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이 가면 믿는 척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는 대담해져서 심한 거짓말을 해 결국 스스로 정체를 폭로한다”고 거짓말에 대해 언급했고, 체호프는 “거짓말로 땅끝까지 갈 수 있으나 다시 돌아오지는 못한다. 거짓말은 그 말한 사람의 눈빛을 비천하게 만든다”며 거짓말의 비극적 결론을 지적했다.

누군가 니체에게 거짓말을 했다. 니체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자네의 지금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네. 이제부터 자네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렇다. 거짓말은 그 어떤 것이든, 우아하게 혹은 아름답게 포장될 수 없다. 우리는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는 ‘진짜 거짓말’이 난무하는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있는지 모른다.

생각해 본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하지?”라고. 하지만 그런 의문은 품을 필요조차 없다. 거짓말에 대해 최대한 변명을 해 보자면 ‘사람은 위기에 몰리면 거짓말이란 도구로 탈출구를 찾는 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우리 모두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서 합리적인 논리를 스스로 찾는다.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자신마저 속이는’ 함정에 빠져드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에 보통 200여 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숫자다. 마음먹고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사실이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펠드먼은 그의 저서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 한다』에서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조차 평균 10분당 세 번의 거짓말을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 ‘기분 괜찮다, 옷이 예쁘네요, 오늘 스타일이 아주 멋지네요’처럼 이왕이면 좋게 말하고 표현하려는 의도, 즉 선의를 품은 것이 그 거짓말의 주종이다. 그것들을 ‘선의 혹은 착한 거짓말’이라고 우리는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착한 거짓말조차 진실이 아닌 거짓말의 큰 범주에 속한다.

사진설명
▶예상을 넘어서는 ‘직장인의 거짓말들’ 우리가 직장 내에서 자주 하는 이른바 선의의 거짓말은 무엇일까. 일테면 직장인들은 출근하면 눈인사와 함께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의례적인 한마디를 나눈다. 또한 아침 인사에 덧붙여 “부장님, 오늘 넥타이 컬러가 너무 좋습니다. 역시 부장님 패션 센스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정도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화기애애한 대화도 오갈 수 있다. 또한 “김 대리, 어제 보고서는 완벽해. 김 대리에게 기대가 커. 역시 김 대리는 우리 부서 에이스야”라는 덕담도 오간다. 솔직히 말해 보자. 정말 그렇게 느껴서일까, 아니면 이 정도의 말은 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일까. 어쨌든 이런 멘트들은 관계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고 사무실 분위기를 좋게 시작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터이다.

통계를 들어 보자. 직장 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할까.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직장인 회원 28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설문 응답자들은 직장에서의 ‘거짓말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82.3%가 있다고 답했으며, 없다는 답은 17.7%에 불과했다. 거짓말을 한 이유로는 ‘연차와 휴가를 쓰기 위해’가 제일 많은 47%였으며, 그 다음은 ‘집안일을 위해서’가 24%였다. 또한 조퇴 등 ‘쉬고 싶어서’가 19%, ‘타 회사 면접을 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경우도 무려 9%에 달했다.

위의 경우에 주로 하는 거짓말 내용으로는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다는 핑계가 47%, ‘몸이 아프다’가 39% 그리고 ‘거래처 방문 또는 미팅’이 9.5%에 달했다. 거짓말을 하면 바로 티가 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보이는 동료가 있냐는 설문에는 67%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20%가 넘는 숫자는 아무런 티도 내지 않는 ‘거짓말의 달인들’이 같은 사무실에 엄연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거짓말을 했을 때 드러나는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말을 더듬는다’가 33%, ‘행동이 어색해지고 안절부절 못한다’가 26%, ‘얼굴이 빨개진다’가 14% 그리고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깜짝깜짝 놀란다’도 10%였다.

이러한 통계는 또 있다. 역시 인크루트에서 직장인 693명을 대상으로 ‘회사와의 연봉 협상에서 과장된 말이나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 조사를 했다. 결과는 ‘그렇다’가 무려 57%로 나왔다.

과장된 말이나 거짓말 유형으로는 실제 특정 업무에 능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그 업무는 저도 할 줄 압니다”라고 말한 경우가 31%로 나타났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라고 과장한 것이 21.9%이며 “동종 업계에서는 제 경력이면 연봉이 훨씬 많습니다”는 21.4%, “사실 제 경력은 약 10년 정도 됩니다”라고 경력을 부풀린 경우가 19.6%에 달했다. 또 “부장님, 타사에서 연봉을 더 주겠다고 스카우트 제의가 왔습니다”라는 대담한 거짓말을 한 경우도 19.4%였고, 실제로는 그만둘 마음이 없으면서도 “이번에 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사표를 내겠습니다”라는 ‘사즉생의 거짓말’을 한 경우도 무려 16%에 달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그때 그 공동 프로젝트 말인데요, 사실은 제가 다 한 것입니다”나 “업무량이 다른 직원에 비해 너무 많습니다” 혹은 통 크게 “저 없으면 회사가, 부서가 안 돌아갑니다”라는 배짱형 거짓말도 있었다.

인크루트에서는 상사들이 주로 하는 거짓말도 조사해 통계를 냈다. 실제로는 바쁘거나 급하지 않은데 “그 보고서 빨리 내. 일정이 촉박한 거야”라는 거짓말이 14%, 근무 시간에 외부 일정이 있다고 하고선 개인적인 용무를 본 것이 13%, 보고를 받은 적 있는데 모른 척하고 다시 물어본 경우가 5%에 달한다고 한다.

사진설명
▶거짓말의 본바탕에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까. 『참을 수 없는 거짓말의 유혹』이라는 책을 쓴 리아 헤이커 코헨 교수는 거짓말의 심리 기저에는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좀 더 자세히 인용해 보자.

‘거짓말은 사회적 소통을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다. 그러므로 거짓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관계를 돈독하게 하거나 매끄럽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사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알아보는 척, 반가운 척, 기쁜 척하는 것들은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아주 좋게 말하면, 거짓말도 친절한 마음씨의 일환인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나 상대방을 당황스러움, 실망감, 또는 고통에서 구제해 주려는 이 선한 의도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또 더 많은 두려움을 퍼뜨리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편한 감정이 생길 때마다 걸핏하면 거짓말 뒤로 숨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가 얼마나 쉬운지 모두 잘 알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책임감을 회피하고 자신의 약점을 숨기는 버릇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나 자신의 진실성으로부터 결국 더 멀어지게 된다.’

즉 저자는 거짓말을 사회적 소통을 위한 필수 수단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라고 말한다. 첫 번째는 모르는 것을 아는척 하기 위한 거짓말, 두 번째는 아는 것을 모르는 척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는 가장 큰 심리는 ‘두려움’이라고 분석한다.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은 사실 개인에게 큰 자유를 주고 자아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할 때가 많다. 어쩌면 사회적 인간인 우리들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본질적인 존재이다. 그러므로 거짓말의 연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은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불확실성의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거짓말을 달고 산다

사람들은 날씬해지기 위해, 건강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곤 한다. 대개 “그래, 겨우 한 끼인데 뭐. 조금 더 운동하면 되겠지”라며 자신을 위로하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세상에는 3대 거짓말이 있다. 처녀의 ‘혼자 살 거야’, 장사꾼의 ‘밑지는 장사’, 노인의 ‘빨리 죽어야지’가 그것들이다. 어쩌면 이것은 애교 섞인 역설의 거짓말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의 반어법인 셈이다.

‘나는 세상을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진짜 거짓말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거짓말이 쳐 놓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 속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현대 사회는 수십 가닥의 관계망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누구도 그 관계망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직장은 그 관계망의 정점이자 중심이다.

그 관계망 속에 존재하는 직장인은 직장 내에 퍼져 있는 거짓말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로 인해 나의 거짓말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자기 합리화의 모순에 빠진다. 그리하여 거짓말이 불러일으키는 폐해와 독성, 즉 ‘불편함과 불안’을 잠시 잊게 하는 ‘편함과 안심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 범위가 확대될수록 그 직장에서 거짓말의 통용의 범위는 의외로 넓고 또한 관대하다.

사람들은 관계의 원활함, 소통의 부드러움, 목적 달성, 이익 극대화, 위기 탈출 등등의 이유로 착한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착한 거짓말들은 인간관계에서 때로는 매끄러운 윤활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버트 펠드먼 교수는 저서에서 이런 작은 착한 거짓말들이 모이면 어느덧 크고 심각한 영향을 불러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작은 거짓말들이 모여 현대 사회의 ‘거짓말 문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말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되어 이른바 착한 거짓말의 한계가 확장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설명
▶선의의 거짓말, 스스로 규정하지 마라 직장인들이 부서 내에서 업무에 관련된 보상을 노리거나 반사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덕담 수준의 말들이 선의의 거짓말 범위 안에서 통용된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직장 상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칭찬과 인정은 그로 하여금 ‘나의 생각과 결정은 언제나 옳다’라고 믿는 독선적인 절대자로 만들 수 있고, 부하 직원에 대한 격려 차원의 칭찬과 인정 섞인 선의의 거짓말은 그를 자신의 능력을 가늠치 못하는 ‘바보 같고 무능한 직원’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있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진실에 가까이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주장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그것의 진실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챈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니라면’ 진실을 파헤치려 하기보다 덮고 가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직장 내에 팽배해지면 그 회사는 더욱 큰 거짓말 때문에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둔감해진다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체에 비해 과장된 칭찬은 격려와 화합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로 넘어갈 수 있지만, 도를 넘었다고 판단될 때는 정공법이든 은유법이든 ‘일정 선에서 원만한 지적’을 해 주는 게 회사는 물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하하! 그 뻥 정말 재밌네, 어디서 들었어?”라고 받아 치거나, “난 우리 사무실에 개그맨이 들어온 줄 알았어!” 하며 상대의 거짓말을 유머와 농담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도 그 기술 중 하나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동료에게, 타 부서에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각각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그 거짓말이 유용하게 쓰이지만 거짓말의 대상이 한곳에 모이는 순간 거짓말은 들통나고 직장인으로서는 물론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자존감과 신뢰를 한꺼번에 잃게 된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부장에게 한 거짓말을 진실처럼 가장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그 악순환의 고리는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악마의 유혹과 타협하지 말 것

K전자 국내 영업부 박 대리는 외근 업무가 주다. 그의 근무 패턴은 출근하면 바로 외근을 가거나 집에서 영업을 위해 바로 외부로 출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퇴근 시간에는 사무실에 들어와 하루 동안의 업무 일지를 작성해 부장에게 제출한다. 박 대리의 외근 업무 일지는 항상 영업 활동을 위해 하루를 보낸 것으로 쓰여 있다.

외주사나 거래처를 방문해 매출과 재고 관리를 하고 또한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영업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 부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우선 영업부에서만 20여 년을 근무한 김 부장은 자신의 경험치로 박 대리의 업무 일지를 분석해 박 대리의 하루를 보지 않고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박 대리가 업무량에 비해 실적이 늘지 않고 그저 기존 거래처를 관리하는 수준으로 일한다는 것을 안다.

김 부장이 보기에 박 대리는 점심 무렵 거래처를 방문해 식사를 하고 사우나에 가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회사 근처에서 동료 영업 사원들과 당구를 치다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스케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 부장 역시 그런 시절을 보내 봤기에 누구보다 영업 사원들의 심리와 행동 반경을 잘 아는 것이다.

김 부장은 거짓말을 하는 박 대리에게 경고와 기회를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부장은 박 대리와 술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물었다. 하지만 박 대리는 펄쩍 뛰며 ‘억울하다’고 거의 울먹일 듯 말했다. 김 부장은 적당히 자리를 끝냈지만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리곤 박 대리의 업무 일지를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형식적인 업무 일지를 기록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박 대리가 거래처에 자신이 다녀갔다는 것을 말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일로 인해 박 대리는 지방으로 전출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박 대리의 결정적 실수를 파악할 수 있다. 박 대리의 실수는 먼저 성실치 못한 업무 태도에 있었지만, 두 번째는 김 부장의 지적을 거짓으로 모면하려는 순간의 선택이었다.

직장 상사 역시 신입부터 부장까지 승진하면서 그 연차와 직급에서 오는 고민, 갈등, 적당한 거짓말들의 과정을 다 거친 베테랑들이다. 그들에게는 순간을 모면하려는 거짓말 대신 오히려 솔직한 고백과 상담을 하는 것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마련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과 미움의 감정처럼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지라도, 이 세상을, 사람을, 그리고 자신을 세 번 이상 속일 수 있는 것은 없다. 취업에 성공해 첫 출근하는 자식에게 부모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학교처럼 말이다. “직장 상사 말 잘 듣고, 지각하지 말고, 성실하게 해. 알았지!” 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만 해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능력을, 실적을 더하는 것은 본인의 노력과 약간의 운도 필요하겠지만, 그 노력과 운을 스스로 만들어 내려고 ‘악마의 유혹’과 타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공이 아닌 것을 내 것처럼, 누군가를 시기해 뒤통수를 때리면서도 마치 위하는 것처럼 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자신을 위해’서다.

[글 박기종(커리어코칭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9호 (19.10.15)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