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이 맡기는게 두려워요"...대리양육자 아동학대 '급증'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3 11:39

수정 2019.10.13 11:39

<3>"아이를 맡기는 게 두려워요"
지난해 대리양육자 아동학대 전체의 15.9% 
2015년 10%대 비중 올라선 이후 거의 매년 증가
#."먹어! 먹으라고!" 직장에서 일하던 한별이(생후 14개월·가명) 엄마는 집에 설치해둔 홈 CC(폐쇄회로)TV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맞벌이 부부인 한별이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육아를 도와주는 정부지원 아이돌보미 김모씨(58·여)가 밥먹기를 거부하는 한별이를 다그치는 소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씨는 '훈육'이라는 이유로 한별이의 볼을 꼬집거나 딱밤을 때렸다. 심하게는 뺨을 때리고 솜털 같은 머리채를 움켜잡고 흔들기까지 했다. 한별이 엄마는 지난 3개월간 한별이가 혼자 오롯이 견뎌야 했던 김씨의 학대를 확인하고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 어린이집 교사 김모씨(60·여)는 지난해 7월 오후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는 생후 11개월된 원생 A군을 이불로 뒤집어 씌운 뒤 6분간 껴안고 올라타 8초간 눌러 질식사에 이르게 했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아기가 잠을 자지 않아 억지로 잠을 재우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A군 이외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원생 8명을 학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청주의 한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만 1세 여아의 양 손을 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공개된 CCTV 영상 속 보육교사들은 아이가 팔에 통증을 호소하며 울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아이는 팔에 골절상 등을 입고 깁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충북 청주의 한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만 1세 여아의 양 손을 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공개된 CCTV 영상 속 보육교사들은 아이가 팔에 통증을 호소하며 울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아이는 팔에 골절상 등을 입고 깁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대리양육자 아동학대, 매년 급증
어린이집, 아이돌보미(베이비시터) 등 대리양육자에 의한 아동학대가 늘고 있다.

아동학대 가해자 절대 다수는 부모다. 그러나 최근 맞벌이부부·가족해체 등이 증가함에 따라 대리양육자에 의한 아동학대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CCTV 설치, 아동학대행위자 처벌 강화, 보육교사 처우개선, 교육 강화 등 각종 정책들을 제시했으나, 대리양육자에 의한 아동 학대는 지속적으로 발생해 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13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01년 3.0% 불과했던 대리양육자에 의한 아동학대는 지난해 15.9%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2015년 10%대 비중으로 올라선 이후 거의 매년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4604건 가운데 부모를 제외한 가해자들 중 대리양육자는 3906건(15.9%)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친인척 1114건(4.5%), 타인(이웃·낯선사람) 360건(1.5%) 등의 순으로 분석됐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2013년 213건에서 2017년 825건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중앙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절대 다수가 부모로, 타인에 의한 아동 학대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비율이지만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의 학대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 사례 조사 결과 아동학대로 사망한 영유아 28명 가운데 부모와 친인척을 제외한 대리양육자에 의해 사망한 아동은 4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만 1세 미만' 아동이 10명(35.7%), '만 1세' 아동은 8명(28.6%)이다. 이는 자기 보호 능력이 부족한 영·유아일수록 학대의 영향이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대리양육자 치명적 학대..사망까지
아동관련기관 관계자들은 영유아의 보육·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행위는 피해아동을 비롯해 같은 공간에 있는 아이들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비록 한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더라도 아동을 향한 교사의 행동을 통해 전체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동학대의 원인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 법적으로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며 "그러나 적어도 아동을 위한 최대한의 예방과 피해의 최소화, 사건처리의 신속화 등을 꾀하고 아동의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조치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