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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별다른 양보 없이 무역합의…시간 쫓긴 트럼프 압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3 16:19

수정 2019.10.13 16:19

Chinese Vice Premier Liu He listens during a meeting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with President Donald Trump in Washington, Friday, Oct. 11, 2019. (AP Photo/Andrew Harnik)
Chinese Vice Premier Liu He listens during a meeting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with President Donald Trump in Washington, Friday, Oct. 11, 2019. (AP Photo/Andrew Harnik)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 주말 극적인 무역합의에 이르렀지만 미국은 별로 실리를 거두지 못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무역협상에서 이전 양보조건을 되풀이했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 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간에 쫓기면서 허겁지겁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중국측 협상 대표인 류 허 부총리를 만난 뒤 양측이 '상당한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고 자화자찬한 반면 중국은 신중한 입장을 이어갔다. 관영 신화통신은 다양한 부문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만 보도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선거전 시작 전에 타협을 강력히 바라고 있는 산업보조금, 국영기업 지원 등에 대한 양보안을 이번 협상에서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새로울 것도 없고 알맹이는 빠진, 이미 대부분 중국 측이 이전 협상과정에서 제시했던 양보안을 받아들여 15일부터 적용 예정이던 중국 제품 25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중단했다.


10일부터 이틀간 협상에서 핵심쟁점은 추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고 일단 봉합했다. 양측은 다음달 16~17일 칠레 산티아아고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중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을 계기로 협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이지만 중국은 되레 느긋한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 한 중국 정부 당국자는 사석에서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취임 뒤 곧바로 시작하지 않고 지난해 봄에서야 시작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내 정치적 압력에 직면하기 전까지 미 협상단이 확보한 시간이 18개월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미 경제는 압박 받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전에는 긴장 고조를 원했겠지만 지금은 이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이라고 한가한 건 아니다.

18일 발표되는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6% 밑으로 추락했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또 돼지열병으로 돼지들을 폐사시키고 있고, 돼지고기를 비롯한 육류 값도 뛰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대응은 미국보다는 느긋해보인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아직 대대적인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중국은 되레 미국산 돼지고기, 콩 등 농산물 수입으로 트럼프를 기쁘게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류 부총리와 함께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이 강 PBOC 총재는 지난달 말 "중국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과 달리 서두를 것이 없다"면서 "아직 통화정책에 여유가 많다"고 말했다.

중 국무원 산하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부소장인 주 홍차이는 "미국은 경제 하강 압력이 고조되고 있고, (통화)정책 조정 여지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같은 느긋함을 토대로 앞으로도 트럼프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한 트럼프 측근들의 보조금 문제를 비롯한 경제 구조 개혁 요구에 대해 계속 철벽방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중국이 협상에 미온적인 것은 트럼프에 대한 불신,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최종적으로는 미중간 경제협력을 깨고 각자 갈 길을 가자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서도 비롯된다.

중국 측은 트럼프가 취임 뒤 류 부총리를 최소한 5차례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의 양해 사항을 뒤집는다든지, 류 부총리의 워싱턴 방문 직전 관세를 발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양국 무역협상 직전인 7일 트럼프 행정부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감시망 강화 장비를 공급하는 8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수출규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는 또 11일 양국이 잠정 무역합의에 이르기 직전에도 트워터를 통해 "(중국은) 합의를 원하는데 나도 그럴까?"라며 합의에 이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비치기도 했다.

마치 TV 리얼리티쇼 예고편 같은 트럼프의 이같은 트윗은 향후 협상에서도 미국에 대한 중국의 불신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연구소(CCG)의 앤디 목은 "이같은 발언에 대해 중국 관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트럼프는 합의를 원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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