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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위스키가 사라진 이유는?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19-10-12 19:00:00 수정 : 2019-10-27 10: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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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오미나라. 1980년대 위스키 증류기의 흔적. 칼럼니스트 제공

작년 여름, 위스키 업계에는 신선한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바로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이 한국에 상륙하는 것이다. 대만 최초의 위스키 ‘카발란’은 2006년 대만 ‘킹카 그룹(King Car Group)’이 설립한 대만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 ‘카발란’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으로 한 곳의 증류소에서 몰트(맥아)로만 만든 제품이다. 특히 2017년 위스키 바이블에서는 위스키 맹주인 일본 제품을 물리치고 올해의 아시아 위스키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만과 일본도 만드는 위스키, 우리는 만들고 있는 것일까? 실은 반만 만들고 있다. 바로 위스키의 원액을 가져다가 한국에서 맛과 도수를 맞추는 블렌딩 작업만 하기 때문. 직접 발효를 하고 증류를 하는 대만과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그저 남의 것을 가지고 제품화시키는 정도다. 그래서 국산 위스키라고 불릴 수는 있으나 한국의 위스키라고는 부를 수 없는 레벨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위스키를 만들지 않았을까? 실은 만들었다. 1982년 두산그룹(당시 OB씨그램)이 위스키 원액을 만들기 시작했고, 진로는 다음 해 3월에 이천에 위스키 공장을, 그리고 지금은 롯데주류 백화수복의 전신인 백화양조는 군산의 소주 공장을 개조, 역시 위스키 원액 제조에 참여했다. 그리고 1987년부터 국산 위스키 원액과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같이 넣은 국산 위스키가 등장을 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OB씨그램의 디플로맷과 진로의 다크호스라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국산 위스키라고 해봐야 당시 수입 원액 100%로 만든 스카치위스키인 패스포트, 섬싱 스페셜 등과 비교해 가격적 우위가 지극히 적었다. 해외여행도 가기 힘든 시절, 유럽 문화에 동경을 하던 사람이 많던 그 시절에는 결과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졌고, 당시 국산 보리 가격도 술로 만들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국산 위스키 제조의 선구자였던 문경 오미나라의 이종기 박사는 당시 위스키 원액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스코틀랜드와 기후가 달라서 천사의 몫이라고 불리는 증발량이 스코틀랜드에 비해 3~7배 더 많았다며, 결국 20년 숙성을 하게 되면 알코올 도수 30%도 잘 남지 않았던 시대라고 말하였다.

결국, 국산 위스키는 몰트의 훈연처리설비 및 오크통 등 수백억의 설비를 포기하고, 1994년부터는 임페리얼 등 당시로는 특급 스카치위스키인 12년 산 위스키 등을 출시하기도 한다.

다만 최근에 위스키는 아니지만 포도 및 오미자, 사과를 증류한 국산 블랜디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바뀌는 이유는 술에 지역이라는 로컬적 문화가 들어간 것이며, 숙성으로 알코올은 증발되지만 맛과 향은 그대로 간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위스키 제조가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맥주, 와인, 브랜디 다 만들고 있으면서 이 위스키만 국산 시장이 없다. 외국의 것을 왜 우리가 만드냐고 하는 사고방식도 지금의 시대와는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격적인 측면은 가치를 중시한 지금의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그 가치는 바로 지역과 농산물의 가치이다. 언젠가 외국의 특급호텔에서 일류 바텐더가 원하는 최고급 위스키 한잔 맛보고 싶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리안 싱글 몰트 위스키라며 말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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