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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보장·혜택 쏙쏙 골라… 나만의 보험·카드 만든다 [뉴스 인사이드 - 금융권에 부는 'DIY 바람']

입력 : 2019-10-12 20:00:00 수정 : 2019-10-12 16: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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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 따져 암보장 부위 직접 선택 / 여행 자주 간다면 재해특약 추가 등 / 모바일 앱 활용한 맞춤형 구성 인기 / 고객이 재무상황·투자기간 입력하면 / AI가 알아서 자산 포트폴리오 제시도 / 전문가 “불확실성 감안해 숙고 필요”
건강하다고 자부한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고서 충격에 빠졌다. 지난번 검진 때보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할 때 건강보험에 가입해두라”는 말을 들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단 몇 분 만에 모바일앱으로 뇌혈관질환 보장만 진단비를 강화한 상품과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한 상품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쓴다는 뜻의 ‘DIY(Do It Yourself)’ 바람이 금융권에도 불면서 금융상품의 틀을 바꿔놓고 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 DIY 개념을 도입한 신용카드가 나오고 최근에는 상품설계 난도가 높은 보험까지 직접 조합해 골라 쓸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필요한 보장만 가입할 수 있도록 담보 내용을 세분화한 보험상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최근 KDB생명이 내놓은 온라인 전용 ‘나만의 레시피 보장보험’은 기본적으로 재해 사망보장에 질병 진단, 입원, 수술 등의 20개의 선택특약을 제공해 고객이 전혀 다른 여러 가지 상품을 구성할 수 있게 했다.

질병에 집중 대비하고 싶으면 암진단 등 여러 질병과 입원·수술특약 등을 더하고, 여행과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주말과 공휴일 재해 대비 특약과 응급실 내원특약 등을 추가하면 된다. 가입 후 필요가 없어진 특약은 자유롭게 해약할 수 있다.

지난 7일 출시된 동양생명의 ‘수호천사 내가 만드는 보장보험’도 가입자가 세분화된 특약을 활용해 원하는 보험료 수준에 맞춰 필요한 보장을 선택할 수 있다.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부위별 암보장을 고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암보험을 판매 중이다.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위암 진단비를 추가하고, 폐 건강이 걱정된다면 폐암 진단비를 추가하는 식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암보험은 자주 발병하는 부위를 묶어 판매하는데, 사실 상품을 판매해보면 사람마다 집안의 병력과 관심분야가 다르다”며 “보험설계사가 가입해달라고 하면 내용도 잘 모르고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찾아보고 필요한 것을 먼저 요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핀테크(금융+기술)업체 뱅크샐러드는 아예 개인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결과를 토대로 발생가능 질병과 의료비를 예상해 맞춤형 보험상품을 제시한다. 간단한 인증을 거쳐 건강검진 결과자료를 가져온 뒤 비만, 체질량지수(BMI), 고혈압, 신장질환, 빈혈,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검진 결과를 정상범위의 수치와 비교하고 가족력까지 추가해 예상 의료비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사용자가 매월 평균 20% 증가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은행 예·적금 등과 달리 보험상품은 나이·보장범위·예산 등 조건이 다양해 소비자가 직접 고르기는 까다로운 금융상품으로 여겨졌다. 보험설계사의 역량이 상품 선택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요즘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필요한 것만 골라 직접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보험 분야에서도 DIY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밀레니얼(20~30대)세대의 보험 가입률은 다른 세대에 비해 10%가량 낮은 반면 보험 가입의향은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핀테크가 발달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품이 세분화됐고 접근도 쉬워졌다.

소수의 고액 자산가만 이용할 수 있었던 자산관리도 기술과 접목되며 DIY형 서비스가 가능해진 분야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해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공하는 에임(AIM)은 사용자가 모바일앱으로 재무 상황과 투자 목표, 기간 등을 입력하면 AI가 알아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ETF(상장지수펀드)에 실제 투자가 이뤄진다. 에임은 현재 고객 13만명에게 모두 다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에임 관계자는 “1000만원을 모은 연봉 3000만원의 25세 직장인과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모아둔 자산도 없는 40세 사업자의 포트폴리오가 같을 수는 없다”며 “같은 연령대의 유사한 그룹과 소비성향 등을 비교분석해서 단기적인 위험을 수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 등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할인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용자 맞춤형으로 진화해온 신용카드는 최근 선택 대상이 더 세분화됐다.

신한카드의 ‘딥 메이킹’은 고객별로 다른 서비스가 제공되는 DIY형 초개인화 상품이다. 카드를 사용할 때 포인트를 적립받을 분야를 17가지로 나누고, 적립률은 총 17% 내에서 고객이 분야별 적립률을 선택할 수 있다.

은행 예·적금은 가입기간과 금액, 적립일을 선택하는 방식의 상품이 출시됐다. KB국민은행의 ‘KB내맘대로적금’은 가입기간을 1일 단위로 설정하고 우대이율 항목도 선택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작심 3일 적금’은 가입자가 요일별·소액 자동이체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종 재화나 서비스 대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효용을 얻는 소비방식이 전방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금융상품에도 접목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손실위험 등이 따르는 금융상품의 특성상 DIY상품도 흥미를 앞세워 즉흥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숙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보험, 카드 등 금융상품에도 소비자가 보장받고 싶어하는 것이 개별적이고 취향이 다양한데 커스터마이즈(원하는 대로 만드는 것) 상품이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다만 금융상품의 특성상 손실위험 등 미래의 불확실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당장 광범위한 적용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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