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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BW 주식전환 `뚝`…中企 상환부담 `쑥`

홍혜진 기자
입력 : 
2019-10-11 17:57:45
수정 : 
2019-10-12 15: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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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업 몰려있는 코스닥
바이오주 악재로 주가 하락
3분기 주식전환 37%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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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사채 발행 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 3분기 주식 관련 사채 권리행사 규모가 지난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이 침체되자 주식 관련 사채를 보유한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만기까지 채권으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발행기업 주가가 이른 시일 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식 전환을 아예 포기하고 채권 만기 전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도 증가세다. 기업 입장에서는 두 케이스 모두 악재로 인식된다. 안 그래도 주가가 떨어져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채권 만기 상환과 조기 상환이 몰리면 그만큼 현금 지불 부담이 높아져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투자자의 풋옵션 청구에 대응해 돌려 막기용 주식 관련 사채를 재발행하거나 최악의 경우 디폴트에 이를 수도 있어 성장기업 생태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식 관련 사채는 신용도가 낮아 일반 사채나 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운 코스닥 상장기업이 주로 발행한다.

1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주식 관련 사채의 권리행사 금액이 전 분기 대비 37%가량 줄어든 2681억원으로 집계됐다. 권리행사 건수도 전 분기 대비 35.7% 감소한 353건을 나타냈다. 예탁결제원은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면서 주식 관련 사채 발행기업 주가가 행사가격을 하회한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올 들어 주식 관련 사채를 가장 많이 발행한 10개 기업의 주가는 평균 20% 하락했다.

주식 관련 사채는 CB BW 교환사채(EB)를 말한다. 발행회사 주식 또는 발행회사가 보유한 타 회사 주식으로 전환 또는 교환이 가능한 채권으로, 통상 메자닌 채권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아 대표 격으로 여기는 CB는 발행기업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전환가액을 상회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약속한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올라 인수자가 전량 전환권을 행사하면 그만큼 만기 원리금 상환 의무가 없어진다.

문제는 최근 주식시장이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기업 실적 악화 등 대내외 악재를 겪으면서 부진이 거듭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형사들이 주로 상장된 코스닥시장은 잇따른 바이오주 악재로 낙폭이 더 가팔랐다. 예탁결제원의 이번 통계는 CB 등 주식 관련 사채 발행기업 주가가 떨어지자 주식 전환을 미루고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다가 투자금을 상환받으려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 같은 변화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식 전환을 통해 자본금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몫이 부채로 잡혀 상환 의무를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주식 관련 사채 조기 상환 압박까지 커지고 있어 유동성 압박이 심화하는 추세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도는 상황에서 만기 전까지 반등하기 어렵다고 보는 투자자들은 회사에 풋옵션을 행사하게 된다. 올 들어 이날까지 만기가 안 된 CB를 발행한 회사가 되사들였다고 공시한 사례는 총 388건에 달한다. 지난해 268건에서 44% 증가했다.

또 지난해 발행돼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주식 관련 사채 중 40%인 77억원어치는 아직 미상환된 채 남아 있다. 발행기업 주가가 이른 시일 내에 반등하는 등 모멘텀이 발생해 주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업은 이 금액을 상환해야 하는데,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한계기업은 재무구조가 한층 악화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도입된 코스닥벤처펀드를 계기로 주식 관련 사채 발행잔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상환에 따른 유동성 경색이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주식 관련 사채 발행잔액이 개별 기업 디폴트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자닌 발행 시 상환 부담을 고려해 발행 규모를 조절하기 때문에 부도까지 이어질 위험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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