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테루아’ 물씬 풍기는 와인··· 응원하고 싶은 홍천 ‘샤또 나드리’의 국산 포도 실험읽음

글·사진 김형규 기자
홍천의 와이너리 ‘샤또 나드리’는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다양한 국산 품종 포도를 시험 재배하며 10년째 꾸준히 새로운 와인을 만들고 있다.

홍천의 와이너리 ‘샤또 나드리’는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다양한 국산 품종 포도를 시험 재배하며 10년째 꾸준히 새로운 와인을 만들고 있다.

술을 농업의 꽃이라 한다. 농작물을 술로 가공하는 과정 자체가 과학이자 문화의 집적인 데다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선 요즘 국산 포도로 와인 만드는 실험이 한창이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산머루 등 재래 포도에 외국 품종을 교배해 만든 10여가지 신품종이 밑재료가 됐다.

이 실험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곳이 홍천에 자리 잡은 와이너리 ‘샤또 나드리’다. 여기서 만드는 와인 브랜드는 ‘너브내’. 넓은 내를 뜻하는 지명 홍천(洪川)의 순우리말이자 옛 이름이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청포도 품종 청향. 너브내 화이트와인의 주재료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청포도 품종 청향. 너브내 화이트와인의 주재료다.

대표 제품인 너브내 화이트와인은 기술원이 개발한 청포도 품종 청향을 주재료로 쓴다. 청향은 포도알이 작고 씨가 없는데 한 알만 깨물어도 새콤달콤한 즙이 입안에 꽉 찬다. 와인에서도 원재료의 특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진한 단맛과 깔끔한 산미가 돋보인다.

청향 외엔 적포도인 레드드림과 강원2호가 30%가량 들어간다. 역시 기술원이 개발한 신품종이다. 청향은 머스캣 향이 강렬한 장점이 있지만 보디감이나 깊은 맛이 떨어지는데, 적포도가 이런 약점을 보완한다는 게 임광수 샤또 나드리 대표(58)의 설명이다.

샤또 나드리의 시음장.바로 곁에 체험용 포도밭과 와인디너·팜파티 등을 진행하는 잔디마당이 붙어 있다.

샤또 나드리의 시음장.바로 곁에 체험용 포도밭과 와인디너·팜파티 등을 진행하는 잔디마당이 붙어 있다.

레드와인엔 무려 네 가지 품종을 섞어 쓴다. 한국 와인에 흔히 쓰는 MBA가 50% 들어가고, 기술원이 개발한 블랙선·블랙아이가 30%, 안토시안 성분이 강한 개량머루가 20% 사용된다. 임 대표는 올해부터 블랙선·블랙아이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블랙선은 토종머루와 비슷한 외모지만 달고 시고 쓴 여러 맛이 혼재돼 술을 담그면 복합적 맛을 낸다. 블랙아이는 붉은색을 내기 좋고 씨에서 고추냉이 향이 분명히 느껴진다. 둘을 합쳐 ‘강원도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게 임 대표의 포부다.

“당장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개성이 분명한 ‘나만의 와인’을 만들고 싶어요. 한번 마셔보면 누구나 ‘이건 그 집 와인이구나’ 할 수 있는 존재감 있는 술을 만들 겁니다.”

샤또 나드리에서 재배하는 블랙아이 포도. 토종머루에 외국 포도를 교배한 신품종이다. 강원도 기후에 맞게 내한성이 뛰어나고 병충해에 강하며 안토시안이 풍부한 장점이 있다.

샤또 나드리에서 재배하는 블랙아이 포도. 토종머루에 외국 포도를 교배한 신품종이다. 강원도 기후에 맞게 내한성이 뛰어나고 병충해에 강하며 안토시안이 풍부한 장점이 있다.

임 대표는 경기 부천에서 축산유통업을 하다 2004년 홍천으로 귀농했다. 처음엔 배와 포도 농사를 지었다. 전통주 만들기를 배워 집에서 술 빚던 취미를 살려 포도주에도 손을 댔다. 홍천농업기술센터에서 와인양조 심화과정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와인 메이커로 거듭났다.

농한기엔 영동·영천 등 다른 한국와인 산지를 돌며 공부했다. 자택 지하실에서 연습 삼아 양조를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그럴듯한 와이너리를 일궜다. 지금은 연간 생산량이 8000병가량 된다. 가족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디자이너인 큰딸은 와인병에 들어갈 라벨을 만들었다. 술을 전혀 못해 딸들에게 ‘알코올 쓰레기’라고 놀림받던 아내는 소믈리에 공부를 해 양조를 돕는다.

샤또 나드리는 지역성을 살린 너브내라는 브랜드로 레드·화이트·로제 등 3종의 스틸와인과 2종의 스파클링와인을 시판하고 있다.

샤또 나드리는 지역성을 살린 너브내라는 브랜드로 레드·화이트·로제 등 3종의 스틸와인과 2종의 스파클링와인을 시판하고 있다.

샤또 나드리는 최근 스파클링와인 2종을 새로 출시했다. 화이트와 로제스위트 와인을 각각 추가 발효해 자연 탄산을 입힌 술이다. 임 대표는 2년 전 이탈리아에 가서 스파클링와인 제조용 탱크를 주문 제작해 사왔다. 새 장비로 완제품을 내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 발효기술을 안정화시키는 데 농업진흥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파클링와인 제조에서 탱크 발효는 병입 발효보다 고급은 아니지만 술을 많이 빨리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당연히 떨어진다.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가격을 낮춰 한국와인을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평소 지론이 반영된 제조법이다. 너브내 스파클링와인은 최근 서울의 특급호텔 더플라자의 바 ‘르 캬바레 시떼’에 입점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샤또 나드리가 운영하는 펜션 ‘가족 나드리’ 전경

샤또 나드리가 운영하는 펜션 ‘가족 나드리’ 전경

너브내 와인 가격은 레드·화이트·로제 등 스틸와인은 2만5000원, 화이트·로제 스파클링은 4만5000원이다. 포털 검색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와이너리 방문객에겐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근사한 시음장을 갖춘 와이너리에선 와인 시음(1만원)과 뱅쇼·상그리아 만들기(3만원)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화(033-434-5420)로 사전 예약하면 포도밭 옆 잔디마당에서 와인 5종을 곁들여 7가지 코스 요리를 맛보는 저녁식사(7만원)도 할 수 있다. 식사 후엔 와이너리 바로 옆에 딸린 펜션에서 숙박도 할 수 있어 가족여행에도 알맞다.

우리나라에 술을 빚는 양조장이 2000곳이 넘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통주인 막걸리와 청주·소주, 그리고 와인에 맥주까지 우리땅에서 난 신선한 재료로 특색 있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전국 방방곡곡 흩어져 있는 매력적인 양조장들을 직접 찾아가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맛좋은 술은 물론 그 술을 만들며 고군분투한 사람들, 술과 어울리는 해당 지역의 음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맛난 술을 나누기 위한 제보와 조언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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